[음식과 사람] ‘궁중음식의 대가’ 용수산 주방책임자 장기영 셰프

“요리 하나 하나에 혼을 담았어요”

▲ 장기영 셰프가 직접 만든 다양한 개성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2011 Koreaheraldbiz.com

“서울 여인들은 아침상을 물리면 거울 앞으로 가고 개성여인들은 다시 부엌으로 향한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성 음식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맛 볼 수 있는 음식이다. 그만큼 만드는 이의 정성으로 먹는 이도 감동하게 만드는 개성음식을 전통으로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용수산이다.

한국에서 80년대말부터 개성음식 전문 한정식으로 인기를 몰더니 LA에서도 거의 유일한 한정식 전문점으로 터잡고 있다. 이곳에서 자그마치 16년의 세월을 개성음식을 배우며 타고난 진득함과 우직함으로 그 자리를 지켜온 용수산의 주방책임자 장기영 셰프를 만나보았다.

어려 보이는 외모에 30대 중반 나이의 장기영 셰프는 생의 절반을 개성음식과 함께 보냈다. 그래서일까? 그에게서는 개성음식이 가진 매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개성음식은 다른 지방 음식에 비해 양념이 약하다. 강한 양념과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다소 밍밍하다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단계를 넘어 깊은 맛의 세계를 맛본 사람들은 그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오묘한 맛을 지니고 있다. 고려의 옛 도읍지였던 개성. 글 읽는 선비와 양반들의 밥상에서 유래돼 고급스럽긴 하지만 화려하지 않고 단아하며 기품있는 음식이다.오히려 겉으로 보기에는 슴슴해 보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과 정성이 깃들여져 있는 음식이다.
 
‘셰프 장’은 용수산 창업주인 최상옥 할머니로부터 직접 개성음식을 배웠다. 최 할머니는 개성 전통 음식을 코스요리가 가능한 한정식으로 탈바꿈 시켜 용수산이라는 개성 한정식을 기업화한 주인공이다.

그런 최할머니의 고집스러운 음식 사랑은 고스란히 셰프 장에게 전수되었다. 요즘 요리사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을 법한 화려한 요리학교의 스펙도 갖추지 않았지만  20살 나이에 무작정 상경, 음식을 배우기 시작한 이가 셰프 장이다. 힘들기로 소문난 한식 조리계에서 버텨낸 바탕은 오로지 진득함과 고집일 터이다.
 
셰프 장은 어려운 시간들을 이렇게 기억한다.
 
“최할머니에게 개성음식을 배우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어요.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최 할머니의 고집스러운 음식준비과정은 젊은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데가 많았어요”
 
개성 음식은 손이 많이 간다.
 
“조기 한마리를 구워도 달라요. 상에 오른 조기를 보면 손질하고 소금 뿌려 구운 상태로만 보이지만 직접 한마리씩 다듬어 양념장에 재워놓고 양념이 깊이 밸 때까지 말려주고 다시 재는 작업을 여러번 반복해서야 비로서 구울 수 있게 되지요. 그 정도로 정성이 많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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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요리사의 길은 어렵다. 그래서 그의 조언은 귀담을 만하다.
 
“음식, 특히 한식은 끝이 없는 길인거 같아요. 마라톤이 참 힘든 운동이라 인생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한식은 배워도 끝이 없고 정성을 들여도 끝이 없어 마라톤보다 더  힘든 과정이죠. 그래서 한식 요리사가 되려는 사람들에겐 남다른 뚝심과 인내심이 필요해요.”
 
LA 용수산 케네스 김 대표는 “빠른 패스트푸드 음식, 레디투잇(Ready to eat) 음식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보이지 않는 과정들을 거쳐야 맛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음식인 한식을 젊은 세대가 배우고 이어가는 것은 귀한 일이다. 그래서 더욱 대단하다고 여깁니다”라며 셰프 장을 뿌듯하게 여겼다.
 
최현진기자 

 
□ 용수산
30여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전통 음식점. 한국 음식문화의 황금기였던 옛 고려 왕조 시절의 개성음식을 추구한다. 개성 음식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으로 즐기는 음식으로서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음식의 풍부한 맛을 그대로 음미할 수있어 외국인들에게도 호평받을 수 있다.

개성에서 태어나 서울 양반가 맏며느리로 시집온 이래 70년 인생을 음식 맛내기로 지내온 최상옥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에 8개점, 미국에는 LA에 1개점이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된다. LA 용수산에서는 송학, 궁중, 특, 용, 소반,산, 솔 등의 정식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다.

▶문의: 950 S. Vermont Ave. LA, CA 90006/(213)388-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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