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쌓아두는 유럽 은행들

유럽의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에도 시중에 자금을 풀지 않고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에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은행들은 신용등급 강등과 만기 채권의 상환에 대비하려고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유럽의 자금시장은 더 경색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유럽의 10대 대형 은행이 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은 1조2천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보다 12%, 2010년 말에 비해서는 66% 각각 늘어난 규모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늘어난 유럽 은행의 예치금 중 대부분이 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통해 공급된 자금이다.

ECB는 은행들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고 재정 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하도록 대규모 자금을 저리로 장기간 빌려줬지만 은행들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자금을 풀지 않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실제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은 ECB로부터 빌린 400억 유로의 대부분을 ECB에 다시 맡겼다. 산탄데르 은행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은 지난 3월 말 현재 1천120억 유로로 3개월 전의 970억 유로보다 늘어났다.

로이드의 현금 보유액은 지난 3월 말 현재 780억 파운드로 지난해 말보다 30% 늘어났다.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의 중앙은행 예치금도 3월 말 현재 820억 파운드로 지난해 말보다 증가했다.

유럽 은행들의 현금 예치는 위기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예상되는 고객의 예금 인출에 대처해야 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막는 데도 현금이 필요하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조만간 유럽 은행의 신용등급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RBS의 재무 담당 임원인 브루스 반 사운은 “험난한 시기에 은행의 최우선 과제는 안전”이라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선되고 있지만 유럽은 아직도 조마조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의 은행들이 자신들부터 살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는 데 치중하면 시중의 자금 상황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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