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초대형 홀세일매장 앰비앙스 노상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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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앙스 노상범 사장이 18일 문을 연 새 로운 개념의 대형 홀세일 매장에서 각종 시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최승환 기자


“바이어의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곳이 앰비앙스가 되도록 하고 싶다”

여성의류생산기업 앰비앙스 노상범 사장은 LA다운타운 의류업계에 뛰어든 지 어느덧 25년째이다. 세일즈맨과 소매업부터 시작, 올해 목표 매출이 2억달러로 전망될 정도로 앰비앙스를 대형 의류생산업체로 키워냈다. 앰비앙스는 미국의 대형 바이어인 포에버21을 비롯, 레인보우, 로스, TJ맥스, 샤를로스 등에 납품하며 최근 10년새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한인기업중 한 곳으로 꼽힌다. 노 사장은 LA패션디스트릭트의 중심인 타운 애비뉴와 스탠포드길에 걸친 5만5천 스퀘어피트 규모의 건물을 매입,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초대형 홀세일 매장을 18일 오픈했다. 그동안 LA한인동포 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신개념의 홀세일 매장을 계기로 커뮤니티와 소통하려는 적극적인 기업가 마인드를 나타냈다.

다운타운 지역을 기반으로한 의류생산회사들의 홀세일 매장은 크다고 해봐야 5천 스퀘어피트를 넘지 않게 마련인데 그 열배가 넘는 큰 매장에 럭셔리한 부대시설을 갖춘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인의류업자들은 통상 수익이 쌓여 재력을 갖추면 매장에 투자하기 보다 생산시설 확장이나 전혀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풍토가 보편화돼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노 사장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이어와 벤더들이 카페처럼 편안하게 쉴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라는 것이다.

“어느 한곳에 차를 세워둔 뒤 하루 종일 걸어다니며 이 매장,저 가게를 들락거리는 도·소매 바이어들에게 원스탑 쇼핑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은 매뉴팩처러의 의무적인 서비스가 아닐까 싶었다.그들의 구매가 있어서 우리가 성장하니까…”

기업의 기본인 고객 서비스 마인드가 의류업계의 한복판에서 살아나니 새삼 신선하게 들린다.

“많은 바이어들이 LA다운타운 샌페드로길에서부터 구매를 시작하고 있는데 카페보다 맛있는 무료 아침식사와 무제한 제공되는 커피와 다과, 주차공간 그리고 인터넷 등 업무시설을 제공함으로써 바잉의 시작을 타운(Towne)가에 있는 앰비앙스매장에서 시작하게 만들 것”이라는 자신감은 매장의 시스템과 편의성을 통해 또다른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나 다름없다.

노 사장은 1985년 미국에 이민와 신문광고를 보고 의류업체를 찾아가 세일즈맨으로 현장경험을 시작했다. 스왑밋 등 소매업을 12년 동안 운영하다가 지난 2000년에야 샌페드로 홀세일 마트에 첫 매장을 열고 의류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바이어들의 조언을 얻어 해외생산(Import)을 기획해 생산을 시작했다.

“다들 미쳤다고 생각했고 곧 망할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때만해도 다운타운에서 해외생산은 망하는 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여러가지 힘든 일도 많았고 리스크가 너무 커 아무도 시작하려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내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마침 개방하는 시점이었던 중국을 소싱처로 정했고, 미국시장에서 통할 만한 퀄리티의 옷을 만들자는 차별화 노력으로 애쓴 끝에 봇물 터지듯 시장을 석권해가면서 앰비앙스의 오늘을 만들었다고 한다.

“바이어나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어떤 제품이건 싸고 좋으면 팔린다.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매뉴팩처의 기본으로 생각하고 경영하다 보니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업체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노 사장의 말은 여전히 ‘기본’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업계가 전반적으로 소싱처를 중국이 아닌 곳으로 바꾸려는 추세이지만 노 사장은 달랐다.

앰비앙스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생산을 모색했고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만큼 생산기반이 확실한 곳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미얀마같은 지역은 미국과 정치적인 관계가 해결된다면 소싱처로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그의 말은 귀 담을 만하다.

“패스트패션의 영향으로 하이엔드보다 저가마켓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의류업계의 트렌드를 빠르게 소화하는 업체가 승리한다”고 강조하는 노 사장은 “기획이 비즈니스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방점을 찍었다.

“모든 것이 계획되어야 하고 그것에 맞춰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사업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처음 중국 진출에 성공한 것, 적은 인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도 기획에 의한 좋은 플랜을 짰기 때문”이라며 “흔히들 우리 회사의 규모에 비해 디자이너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하지만 기획을 정확하게 하면 많은 디자이너보다 좋은 디자인 몇개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신개념 홀세일 매장 또한 그의 기획에서 탄생한 것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최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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