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한인회 오득재 회장 “한인들과 더 가깝게 호흡”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오득재 회장. “발로 뛰면서 한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미주 헤럴드경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한인회에 대한 한인들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쯤이 되지 않을까. 뚜렷하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고 한인으로서 한인회의 도움을 받은 일은 별로 없는것 같다. 좀더 심하게 표현하자면 성공한 이민자들의 명예욕쯤으로 치부되어 왔던게 사실이다.

지난 7월 오렌지카운티 23대 한인회가 출범하면서 신임 오득재 한인회장이 취임했다. 그런데 이력이 좀 남다르다. 이민 12년경력의 40대 치과 전문의. 아직은 한창 생업에 종사할 나이이고 치과의사로서 지역 한인단체장이라는 타이틀도 그닥 필요치 않아 보인다. 취임 한달,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오득재 회장을 만났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한인회에 대한 역할을 생각해 봤다. 40년 전 한인회가 척박한 환경에서 이민 1세대들의 ‘생계’를 돕는것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의 한인회는 이민자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줄만한 후원자로, 특히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의 꿈을 펼쳐가는데 디딤돌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득재 회장은 시작부터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한인회의 오랜 부채를 자신의 공탁금으로 해결한 것을 시작으로 불필요한 관행을 없애자며 취임식 축하화환을 모두 사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취임사 끝에는 특별히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사랑한다’고 말해 여성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한 본격적으로 23대 한인회를 출범시키면서 “한인회가 뭐하는 곳인지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발로 뛰며 이사진을 꾸렸다. 결과 사뭇 다른 한인회 이사회가 결성됐다.

35명의 이사진 중 60%이상이 40대 이하의 뉴페이스로 1.5세와 2세들이 대거 등장했다. 의사, 변호사, 부동산, 금융인, 도시설계사, 언론인 등 대부분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현장에서 뛰고있는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적일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일을 계획해도 실제적으로 일을 할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한인들과 상관없는 한인회가 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오회장이 그리는 ‘유기적 협력’은 비단 이사회 안에서 뿐만이 아니다. 상공회의소, 시민권자협회, 변호사협회, 의사협회 등 수많은 한인단체 하나하나와의 협력을 원하며 평소 좋은 관계를 맺어가고 싶다.

이런 면에서 지난 17일, 18일 열린 ‘청소년 추방유예 신청 1:1 무료상담’은 오득재 회장이 추진한 첫 대외사업으로서 의미가 컸다. 먼저 한인 청소년과 관련된 중대한 사항임을 인식하고 오렌지카운티 변호사협회와 협력. 복잡한 절차는 모두 생략하고 발빠르게 움직였다.

“추방유예 접수가 시작되자 자격요건 등에 대한 여러가지 말들이 떠돌며 혼란스러워 했고 변호사를 만나고 싶어도 상담 비용이 부담이 되어 애태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일인 만큼 확실하게, 빨리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양새만 갖춘 무료설명회 형식을 버리고 사전예약를 통한 1:1 상담이라는 실질적인 방법을 택했다. 결과 23명의 한인청소년들이 변호사들과 개별면담을 가졌다. 한인회는 미처 예약하지 못한 청소년들을 위해 변호사협회와 함께 꾸준히 1:1상담을 해 나갈 예정이다.

한인 상권이 하나가 되는 ‘직업박람회’, 한인들을 위한 ‘도서관 건립’,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와의 만남’과 ‘아이돌 콘서트’ 등은 23대 한인회가 기획하고 있는 대표사업들. 오득재 회장의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사업의 ‘연속성’이다.

“1년 임기를 마치더라도 다음 한인회에서 계속 이어지는 사업이 되길 원하지만 아직 뚜렷한 길이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초석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작은 것 하나부터 차근차근 해나갈 작정이다. 일단 사람들로 북적이는 한인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도움이 필요해서든 욕을 하기 위해서든 많은 사람들이 한인회를 찾아오면 좋겠다(웃음)”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시작부터 여러가지 일로 주목받는 것에 대해 오회장은 감사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낸다. 자칫 지난 한인회에 누가 될 수도 있고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가 될까하는 우려때문이다.

“나이가 젊은 한인회보다는 생각이 젊고 건강한 한인회가 되고 싶다. 우리를 높이기 보다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높이고 싶다. 나도 이사진도 모두 이름알리기에는 관심없다. 명예를 위해서였다면 훨씬 폼나는 일을 택했을 것이다”

오득재 회장은 이어 한인들에게 “선입견 없이 한인회를 봐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한다. 밉다 생각하면 아무리 잘해도 ‘그래봤자’지만 예쁘게 봐주면 조금만 잘해도 ‘역시’라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무조건 밉게 봐주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출발점이 아닌 도착점에서 ‘역시 달랐다’라는 평가를 받고싶다는 오득재 회장. 그가 이끄는 23대 한인회가 한인들에게 ‘너무 먼 당신’이 아닌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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