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 소비자금융 비중 왜 적을까?

 
최근 주택시장 회복 조짐에 주택 재융자와 신규 모기지와 관련된 대출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한인은행들은 주택 모기지 대출은 그리 많이 하지 않고 있다. 또 자동차 융자도 한인은행들의 주력 상품과는 거리가 좀 있다.
 
한인은행들 중에서는 태평양은행이 주택 및 자동차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지난해에는 윌셔은행이 정부 모기지업체들의 융자를 다룰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면서 주택모기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인은행들의 소비자금융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다. 이처럼 한인은행들이 주택, 자동차, 크레딧카드와 같은 소비자 금융에 비중을 많이 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력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 = 한인은행들이 주택융자나 자동차 융자, 크레딧카드 대출 등 소비자금융에 큰 비중을 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투입되는 인력과 노력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한건의 융자를 처리하더라도 기업대출이나 상업용부동산대출, 또는 SBA 융자를 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분야 치중하다 보니 소비자금융의 비중이 작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대형금융기관들이 소비자금융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한인은행들이 상대하기에는 경쟁력에서도 떨어져 쉽사리 노력을 기울이고 인력을 투입하기가 힘들다.

한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하나의 융자 건을 처리하기 위해 주택 융자에 투자되는 인력과 노력이 상업용 대출에 투자되는 것과 거의 같은데 은행의 수입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게다가 대형은행들이 이미 박리다매 형식으로 주택 융자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어짜피 대형은행에서 할 수 없는 좀 위험성도 가진 틈새시장을 노려야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융자의 경우 SBA 융자와 건수당 액수가 비슷한 수준이지만 SBA융자의 경우 정부가 보장하는 부분이 있어 리스크가 적은 반면 주택의 경우 재판매를 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가 부실이 될 경우 손해도 손해지만 처리하기 까지 많은 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영업적인 면에서도 자체 인력을 투입하기 보다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에이전트를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 그래도 고객들에게는 필요하다 = 그럼에도 한인은행들이 주택융자나 자동차 융자와 같은 소비자 대출에 힘을 좀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생활과 관련된 가장 기본이 되는 대출이며 전통적인 은행 대출이기도 하기 때문에 한인은행들이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 분야에 너무 치우친 대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보면 위기 상황에서 부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포트폴리오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인은행 중에서는 주택금융 및 자동차금융에 제일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태평양은행의 경우 금융위기 때 이들 분야가 많은 힘이 됐다.
 
태평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와 주택 부분의 대출이 전체 수익에 이바지하는 부분은 그리 크지 않지만 금융위기 속에서 상업용대출 및 상업용부동산 대출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이들 주택 및 자동차 부분에서 어느 정도 순익을 내 줌으로써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대형은행과의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그 수요도 생각만큼 적은 편이 아니다. 대형은행에서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면을 커뮤니티은행에서도 어느 정도 커버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들 분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 빠르지 않지만 점차 확대 가능성은 높다 = 한인은행 중에서는 윌셔은행이 유일하게 주택융자 전문 패니매 셀러-서비스(Fannie Mae Seller-Servicer) 자격을 가지고 있다. 이 자격은 한인은행이 주류은행들 수준의 저렴한 이자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과 주택융자를 한국어로 은행과 직접 상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한인은행들은 패니매 셀러-서비스 자격이 없어 주택융자를 해주더라도 이 융자를 주류 은행으로 트랜스퍼해야 했고 고객들도 페이먼트와 서비스를 트랜스퍼된 주류은행들로 부터 받아야 했다. 또 융자 은행이 바뀔때마다 서비스 내용, 페이먼트 날짜 등을 바뀐 주류은행의 해당기관과 매번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한 한인은행 간부는 “윌셔가 이 자격을 얻은 것은 박수를 쳐 줄 만한 일이다. 이는 한인은행들이 주택분야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한인 잠정주택소유주들 뿐만아니라 부동산 에이전트, 융자 에이전트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앞으로 이 자격을 얻는 은행들이 늘어날 것으록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분야에만 치우치거나 쉬운 것만해가지고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은행의 성장을 이끌 수 있겠는가? 어렵고 수지에 맞지 않는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경영진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인은행권도 앞으로 소비자금융 부분을 더욱 키워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성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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