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생선이야기] 도루묵

[김민기의 생선이야기]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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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언 10여년을 마켓에서 일을 하다보니 반갑고 정겨운 이웃이 많이 생겨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노부부가 필지를 찾아 주는데 만나면 마치 오랜 지기인양 두손을 잡고 지난 일주일간의 그리운 정을 나눈다.

휴스톤에 있는 항공사의 수석 엔지니어인 이 지인은 금요일 저녁이면 퇴근해 LA로 오고 일요일 저녁이면 다시 휴스톤의 직장으로 돌아간다. 부부의 금슬이 어찌나 좋은 지 마치 처녀 총각이 연애하는 모습을 보는듯 하다.

건강이 허락치 않아 함께 비행기를 못타는 부인은 5일간의 남편 식단이 걱정이 돼 애태우는 모습에서 아름다운 노년의 사랑을 본다

워낙 생선을 좋아해 먼 발치에서 보면 소녀같이 달려와 반기며 “아저씨, 오늘 우리 이 양반 좋아할 생선 뭐가 있을까요?”하며 필자의 손을 잡고 매달리는 모습, 그리고 한걸음 떨어져 빙긋이 웃으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삶의 행복이 아닐까 한다. 이젠 부부가 오면 무엇을 권할까 고민하는 나 자신을 보며 모든 이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일꾼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앞선다.

이번 주에는 정겨운 손복수 선생 부부에게 담백하면서도 감칠 맛 나는 계절 식품인 속초 알배기 도루묵을 권해야겠다.

도루묵은 산란기가 11월에서 12월이 제철이며 강원도 양양 물치항에서는 지난해 12월 2일부터 5일까지 도루묵 축제가 열려 1만여명의 인파가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이때 가면 배를 타고 나가 도루묵 잡기 체험을 하며 잡은 도루묵을 구워먹는 행사도 곁드리는등 적은 비용으로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으니 이 시기에 고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한인은 꼭 참여해 보기를 권한다.

도루묵의 원래 이름은 ‘묵어’인데 조선시대 선조 임금이 임진왜란으로 함경도로 피난을 가던중 묵어를 맛보시고 감탄해 ‘은어’라 이름을 지어주고 함부로 먹지 못하게 했다.

임란이 끝나고 궁으로 귀향하여 그맛을 잊지못해 다시 청해 먹었으나 기억하던 맛과는 전혀 달라 크게 실망하여 다시 ‘묵어’라 부르도록 지시하여 ‘도루묵’이 됐다.

신하들이 멀리 동해안까지 가서 싱싱한 생선을 진상하기 위해 고생했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되고 도루 물리는 처지가 되었다 해서 생긴 속담이 ‘말짱 도루묵’ 인가 한다.

EPA와DHA 가 함유된 영양 만점의 수산식품인 도루묵은 구이,조림으로 많이 먹지만 요즘은 탕으로 즐겨 먹는데 맛은 비린내가 전혀 없고 살이 연하고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아 내리는데 특히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입안에서 오드득 오드득 씹히는 알의 맛은 겨울의 문턱에서 느끼는 별미 중의 별미이다.

요즘 속초항엘 가면 수많은 해변가 임시 포장마차에서 끓여주는 도루묵 매운탕을 먹기위해 찾는 관광객으로 북적이는데 비록 몸은 못가지만 속초에서 날아온 알배기 도루묵 몇마리 넣고 우리도 한번 끓여보자.

콩나물을 씻어서 끓는 물에 삶아 익으면 꺼내 찬물에 헹궈놓고 삶은 국물은 매운탕 육수로 쓴다.

도루묵은 알이 터지지 않도록 잘 씻어놓고 무와 감자,양념장을 넣고 끓인후에 도루묵을 넣고 삶은 콩나물 ,양파,대파,청량고추를 넣고 중간불로 끓인후 쑥갓,미나리 넣고 한소금 더 끓인후 국간장으로 간을한다.

사전을 보니 ‘아무 소득이 없거나 헛된 일이나 헛수고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 말짱 도루묵이라 하는데 하루 하루 삶을 살아가며 말짱 도루묵이되는 그런 인생이 되지 않도록 항상 뒤돌아보고 생각하는 우리 모두이길 바란다.

이 글을 대학시절 잘난 신랑을 얻기위해 하숙방에 쳐들어가 담판을 벌여 승리, 아름다운 사랑의 역사를 만든 손복수 선생의 평생 귀여운 아내인 세리토스 장로교회 손 권사께 드린다.

우리마켓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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