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떡국 한 그릇의 새해, 2013년 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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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준비로 타운 떡집들이 분주하다. 집집마다 새해 아침 떡국 한그릇씩은 먹을 터이니 과연 1년 중 가장 바쁠 때가 지금이다.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연휴 중에도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물레방아 떡집은 늦은 밤까지도 가래떡을 뽑아내느라 쉴틈이 없었다.  10여명의 직원들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시루에 떡이 펄펄 김을 내고 있고 한쪽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가래떡들이 줄줄이 이어 나오고 있다.

방앗간 전체에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옛날 엄마 손 붙들고 갔던 시장골목 방앗간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님 모두가 ‘이모’라고 부르는 물레방아 떡집 안주인은 취재는 무슨 취재냐며 떡이나 먹고 가라 한다.

툭툭 던지는 ‘이모’의 한마디 한마디에 정겨움이 묻어난다. 이곳은 벌써 명절 분위기가 물씬이다. 이 설설나는 갓 나온 가래떡을 보니 뚝 끊어 내어 조청, 간장 등에 찍어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가래떡이 쫀득쫀득하니 찰 지게 하려면, 일단 쌀을 물에 충분히 불려야 돼요, 그래야 떡가루가 뭉치지 않고 곱게 빻아지지요. 그 다음에는 물을 부어가며 소금으로 간을 해야 해요. 물을 너무 많이 넣어도 안 되고 적게 넣어도 안 되고 적당하게 넣어서 가루를 만들어 떡 시루에다 쪄야 해요. 쌀가루를 찔 때도 한 30분 동안 푹 쪄서 완전히 뜸이 들어야 나중에 떡이 찰지고 먹어도 입에 안 달라붙어요.”

물레방아 떡집을 총지휘하는 안종용 매니저의 설명이다. 방앗간 곳곳에는 눈처럼 하얀 쌀가루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송년과 새해를 맞아 떡국용 가래떡에 사용되는 쌀만 무려 1만 파운드, 어마어마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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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을 부에나 팍 한 자리에 지키고 있는 물레방아 떡집은 백화점에 진열된 선물셋트같이 화려한 포장은 없지만 제대로 된 떡맛을 찾아오는 한인들로 1년 내내 붐비는 곳이다. 거기다 ‘이모’의 말투는 한번 들으면 자꾸 듣고싶은 묘한 마력이 있다.
“요즘은 쑥이나 복분자, 호박 등 재료를 넣어 보기좋고 예쁘게 만들기를 애쓰지만 원래 가래떡은 하얀 것으로 새해를 시작하며 처음부터 새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자라는 뜻이 담겨 있다”

가래떡을 유난히 길게 뽑아낸 데도 이유가 있는데, 길게 쭉쭉 뽑아내는 만큼 재산도 가족의 건강도 쑥쑥 늘어나기를 바라는 재복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대망의 2013년이 밝아오고 있다. 새해에는 한인들의 가정에 펄펄 끊는 떡시루처럼 삶의 활력이 넘쳐나길, 먹음직한 가래떡처럼 좋은 일들이 끊이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하혜연 기자

떡국 한 그릇

김종제

정월 한낮의 햇살이 떡국 한 그릇이다 며칠째 굶은 숲이, 계곡이 어른에게 세배 드리고  덕담 몇 마디 들었는지 배가 부르고 눈이 감겼다

한 술 잘 얻어먹었다고 새파란 풀 돋아나고 물 흘러가는 소리가 상쾌하다

오늘이 흥겨운 설날이라  한 솥 끓인 떡국

이 산하에 골고루 나눠주는데 한 살 더 먹었다고 까불거리는 시누대가 정겹다

까치가 고개를 바짝 치켜든다 따스한 언덕에 기댄 소나무는 벌써 졸고 있고 한 그릇 더 먹은 바위는 불룩한 배 드러낸 채 매고 가도 모르게 잠들었다

계곡에는 오랫만에 만난 며느리 같은 물들이 떡국 한 그릇 먹는다고 부엌처럼 시끄럽다

솥 다 비운 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며칠 내로 꽃소식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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