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리은행의 지주회사인 우리금융그룹의 이팔성 회장이 또 다시 공식석상에서 한미은행 인수 추진을 밝혀 LA 한인 금융권으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달 우리은행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미국 한미은행을 인수할 것”이라고 언급하더니 이번엔 최근 물밑 대화가 오고 가는 중인 한미은행과 윌셔은행 간의 합병논의를 의식, “두 은행이 합병하면 통합된 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발언했다.
당사자인 한미은행측은 우리금융측과 아무런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은행이름을 실명으로 언급하면서 “인수하겠다”라고 공언하고 있는 데 대해 당혹스러움을 넘어 황당해 하는 분위기다. 한인금융권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한미은행이 미주 한인사회를 향해서도 공식적으로 윌셔은행과 합병논의하고 있다는 자체를 밝힌 적이 없는 상황에서 제3자인 이 회장이 “윌셔와 한미가 통합하면 인수하겠다”고 ‘똑 부러지게’ 말한 것에 대해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고 지적한다.
이 회장이 잇따라 한미은행 인수 의지를 밝히는 것은 올해 2월 또는 3월 경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아메리카은행의 경영 등급 상향 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아메리카의 경영등급 조정이 우선 전제되는 문제인 만큼 ‘한미은행 인수 추진’이나 ‘통합은행 인수’ 발언은 앞서가도 한참 앞서가는 ‘구름잡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라는 게 미주 한인금융권의 시각이다.
게다가 인수 대상인 한미은행이나 윌셔은행 어느 쪽도 인수될지 말지 여부를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은 참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인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한미와 윌셔 모두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퍼블릭 컴패니’로서 공익성과 주주(투자자)들의 이해관계에 민감한 은행들인데 한국의 메이저 금융그룹의 수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분이 미국에 소재한 은행의 인수합병 문제를 마치 동네 강아지 이름 부르듯 하고 있는 현실을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0년 한미은행을 2억4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의 경영등급이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 등으로 인수합병 승인을 하지 않아 무산됐다. 우리금융은 인수계약을 해지하면서 ‘도의적인 책임’을 명분으로 한미은행의 지분 4.9%를 갖는 범위에서 투자했다. 따라서 이 회장은 주주인 우리금융 최고책임자의 자격으로서 더욱 더 인수합병을 거론하지 말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게 투자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금융그룹이 인수합병 전략을 밝히는 것은 경영방침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팔성 회장처럼 인수 대상을 직접 거명하는 것은 상도의를 따지지 않더라도 상식 밖의 무례함이라는 것이다.
자산규모 3천억달러(약 310조원)가 넘는 우리금융의 1% 정도인 자산규모 차이만을 놓고 “한인동포은행들을 외형만으로 비교해 지나치게 업신여기는 심리가 있는 게 아니냐”라는 지적도 있다.
한미은행측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측의 움직임에 대해)전혀 아는 바 없으며 아무런 실무 협의나 논의도 없고, 우리로선 계획도 없다. 인수 의사를 밝히는 것은 자유지만 툭하면 한미은행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인수하겠다는 데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라고 불쾌해 했다. 성제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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