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부터 한인은행권의 최대 관심사는 인수합병(M&A)이다. 특히 한미은행이 지난 9일 전략적 M&A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뒤 그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과연 그 대상이 누가 될 것이냐를 두고 여러 추측과 소문이 생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연 M&A가 은행권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냐를 두고도 찬성과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M&A를 지지하는 쪽은 한인은행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한다.
일단 규모의 경쟁을 통해 리저널뱅크로 자리잡아 주류은행들과 맞서기 위해 성장해야 하는데 그 지름길이 대형화를 위한 M&A라는 것이다.규모가 커지면 대규모 대출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출 수 있고 그만큼 시장이 커져 고객층도 넓어진다.
BBCN이 한인은행 중에서는 최대규모라지만 자산규모로 보면 53억달러 수준이다. 이는 중국계 최대 은행인 이스트웨스트뱅크가 자산 216억달러인 것에 비하면 1/4 정도에 불과하다. 경제규모로 치면 미주지역에 250만명이 분포한 한인커뮤니티의 금융권에도 중국커뮤니티에 견줄 만한 크기의 은행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M&A가 되면 감원이 불가피하지만 인력 필터링 기능이 작동해 인력의 수준을 높이고 경쟁력도 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인은행권의 문제점 중 하나로 늘 지적되는 것이 인력난이 아닌 인재난이라는 것이고 보면 설득력이 있다.
M&A를 통해 인력구조조정 과정에서 아무래도 ‘옥석 가리기’ 작업이 진행이 될 것이고 그러면 은행원 수는 줄겠지만 그만큼 능력을 갖춘 인재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한인은행권 관계자의 설명은 들을 만하다.이밖에 M&A는 대체로 주가 상승의 요인이 되기도 해 주주이익실현이라는 차원에서 찬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대하는 쪽은 M&A가 성장을 위해서 필요할 지 모르지만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은행이나 일반 기업의 인수합병에 관한 평가자료에 따르면 70% 정도는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두개의 회사가 합하는 과정이 쉬운 일이 아니며 시스템이나 이질적인 직장문화 간의 갈등과 충돌로 인한 여파가 적지 않아 오히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이다. 커뮤니티의 특성상 한인은행권에서 규모의 경쟁이 늘 우선하지 않다는 지적도 한다.
“은행이 커지면 대출한도액이 늘어나지만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규모나 구조를 감안할 때 천만달러대가 넘는 큰 규모의 대출수요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라는 어느 한인은행장의 말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M&A가 은행의 대출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인사회의 고용시장에서 은행권에서 흡수하는 인력이 적지 않는데 M&A가 이뤄지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점도 부정적인 의견 중 하나이다. M&A를 통해 한인사회에 하나의 큰 은행이 있는 것이 좋은가,아니면 규모가 비슷한 은행끼리 경쟁하는 것이 나은가를 두고도 의견이 갈라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미은행이 만일 BBCN에 인수되면 독보적인 대형은행이 탄생해 독주하면 나머지 중소규모 은행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은행권의 성장이 불균형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트웨스트뱅크라는 큰 은행이 있고 중간급이라고 볼 수 있는 케세이퍼시픽뱅크,그리고 규모가 작은 은행이 여럿 포진하고 있는 중국 커뮤니티 은행권같은 구조도 나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스트웨스트뱅크의 몸집이 커지면서 케세이퍼시픽뱅크가 소규모 은행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여전히 케세이는 안정적으로 순익을 올리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 금융권의 한 분석가는 ”규모와 상관없이 각 은행들이 추구하고 개척해야 할 시장은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M&A를 두고 한인은행가에서 이처럼 여러가지 주장과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종 결정 뒤에 어떤 과정을 밟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은행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금융의 공익성을 생각할 때 그들에게 필요한 ‘상식’이란 결국 커뮤니티 모두의 이익일 것이다. 한인은행권의 M&A는 그 결과의 긍정과 부정에 초점을 두기 보다 ‘상식’이라는 이름의 보편적인 이익에 가장 가까운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성제환/취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