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한인비즈니스 시장확대의 과제

남가주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LA와 오렌지카운티(OC)지역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외식업체수는 대력 1300여개에 달한다. 이 지역 한인인구가 50여만명쯤 된다고 보면 한인 384명 당 한인식당 1개꼴이다. 한국과 비교해보자.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내 외식업체수는 약 53만여개. 인구 5천만명을 놓고 보면 94명당 식당 1개가 있는 셈이다. 자, 이제 이같은 계산을 한인 운영식당 1300여개 당 인구를 한인 만이 아닌 LA및 OC 지역의 전체 인구 1300만명으로 놓고 적용해보자. 1만명당 1개꼴이 된다.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식당업만해도 시장 확대의 당위와 필요성이 뚜렷해진다. 딱 떨어지는 얘기는 아니지만 한인고객만을 대상으로 할 때 식당 1곳이 384명의 시장규모를 갖지만 비한인 고객까지 확대하면 1만명의 시장규모를 갖게 되는 것이다. 무려 26배나 커진다.

이같은 셈법은 한인비즈니스의 거의 모든 업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타인종 시장으로 비즈니스의 외연을 확장하면 그것은 저절로 시장규모, 즉 나눠먹는 파이를 26배 이상 키우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 비즈니스의 시야만 넓히면 엄청난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새롭다거나, 혹은 놀랄 일은 아니다. 한인동포 비즈니스 종사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단지 그 확장돼 있는 시장을 일찌감치 파고든 업자와 그렇지 못하고 망설이는 업자의 격차는 장기 불황시대에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와 ‘생계형 비즈니스’로 나타난다는 현실을 말하고자 함이다.

앞서 세차례의 기획기사를 통해 이미 한인비즈니스가 시장을 확대하고 있음을 짚어봤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시장 확대의 방법과 전략을 갈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LA한인비즈니스가 타인종 커뮤니티에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그 존재감은 어떠한지가 의심스러운 게 현실이다.

타인종 소비자들은 여전히 LA 한인타운을 호기심의 구역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적극적인 성향의 비한인 젊은이들은 자기네 커뮤니티에 한인타운을 음주와 향락의 본산인 듯 소개할 뿐이다. ‘무제한’이라는 이름의 바베큐와 노래방, 술집이 즐비한 자유분방한 지역이라는 제한된 비즈니스 이미지는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는 수많은 업종의 경영주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최근에야 한국식 찜질방인 위스파나 크리스탈 스파 등을 통해 코리안 스타일의 건강 웰빙 문화가 전파돼 타인종의 한인타운 진입 목적이 다양해지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수많은 자영업체와 전문직종까지는 아직 비한인 고객의 유입이 둔한 편이다. 한인비즈니스의 실태와 현황이 타인종 커뮤니티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는 특정 업주의 개별적인 마케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인회와 한인상공회의소 등 무수하게 많은 한인단체들의 체계적이고 학구적인 조사 연구작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그런 데서 비롯된다.

요즘 흔하게 들리는 ‘옐프’니 ‘자갓’이니 하는 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쌍방향 평가업체를 통한 마케팅을 하려해도 기초적인 접근법을 몰라 속만 태우는 자영업자가 한둘이 아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구글 등을 통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마케팅을 시도하고 싶어도 기초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전문가의 강연이나 세미나가 거의 없는 실정이고 보면 타인종 고객을 유치하려는 한인비즈니스의 노력을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005년 커먼웰스비즈니스은행(cbb뱅크)는 창립을 계기로 LA한인사회의 경제규모를 추산해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cbb뱅크가 사용한 방식은 이른바 ‘GDP추산이론’이었다. 한 나라의 국민총생산(GDP) 규모는 해당 국가 은행의 현금거래 규모 총액의 7~9배 가량 된다는 공통점에 착안한 추산방식이다. LA 한인은행들의 현금거래계좌의 평잔액에 7~9배를 곱해 LA한인사회 경제규모를 산출해낸 것이다.

같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보자. 2012년 말 현재 LA한인은행 14개의 현금거래계좌 평잔액 규모는 대략 40억~50억달러. 여기에 7~9배라면 280억~450억달러 정도가 LA한인사회의 경제규모가 되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의 GDP가 1조 2천억달러쯤이라고 하니 LA한인사회 경제규모는 한국의 2.3~3.7% 정도가 된다.

사실 비즈니스나 경제활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통계조차 LA한인사회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기껏해야 위에 언급한 GDP추산이론같은 생소하기 짝이 없고 그 신뢰도 자체가 미지수인 셈법이나마 등장한게 다행이지 싶을 정도이다. 400억달러 정도 되는 경제규모를 갖춘 한인커뮤니티에 믿을 만한 통계산출기관이나 비즈니스 연구소 한곳 없다는 현실은 시장확대의 논리를 강조하기에 앞서 인프라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한 지적에 이르게 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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