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이라고 못할 것은 없다.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이다”
오바마 정부의 차관보급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한 박동우(61· 영어명 조셉 박)씨가 최근 3년간의 임기를 마쳤다. 지난해 9월까지가 공식 임기였지만 후임이 정해지기 전까지 관례상 위원직을 계속 수행해야 했기에 6개월 가량 더 일하고 고향이나 다름없는 오렌지카운티로 돌아왔다.
3년 전 백악관 입성 때 한인사회는 물론 한국내 매스컴에서 떠들썩했던 것과 달리 조용하게 퇴임했지만 그가 거둔 열매는 적지 않다. 장애인 프로그램 예산편성을 위해 위원회 최초로 청문회를 열었으며 정부예산 삭감에서 장애인 복지 프로그램을 지켜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히려 향후 5년동안 10만명의 장애인을 연방정부에 채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얼마전 박 전위원의 페이스북에는 한국의 한 장애여성으로부터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설명회가 있어 초대받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박위원님 덕분인것 같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박 위원은 서울에 있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 및 홍보에 대한 감사를 벌여 실망스런 결과에 강력하게 시정을 건의한 적이 있다.
“약자에 대한 불평등은 부당한 것이고 강자는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나는 3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왼팔을 쓰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놀림도 많이 받았다. 18세 때 미국에 왔는데 당시 체육선생님이 나에게 학기말 테스트에서 수영장을 20번 오가면 A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평가기준이 부당하다고 느낀 체육 선생님의 배려였다. 이를 악물고 연습해 A를 받았다. 물론 한나절이 걸렸지만(웃음)”
USC를 졸업하고 1978년 거대통신기업 AT&T의 전신인 ‘퍼시픽 벨’에 입사하면서 박 전위원은 영어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한인들을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 1985년 주류언론까지 놀라게 한 ‘퍼시픽 벨 5천만 달러 부당요금 환불사건’은 바로 박위원이 주도한 일이었다.
“회사가 영어를 할 줄 모르는 한인들에게 필요없는 플랜을 적용시켜 바가지 요금을 씌우고 있었다. 당시 남가주총학생회, 한국단체와 언론 등을 규합하게 해서 회사와 협상을 벌이도록 했다. 회사에서 알면 해고감이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과 정의 사이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다(웃음)”
이후 박 전위원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재활국 자문위원, 가든그로브시 교통국 자문위원 등을 맡으며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묵묵히 일해왔다. LA마라톤 풀코스 완주, 골프에서는 보기플레이를 하는 핸디캡을 갖고 있을 정도로 삶의 열정을 다하는 모습에 한인 뿐 아니라 주류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원더풀 조셉 박’으로 불린다.
최근 박 전위원은 샤론 쿽 실바 주 하원의원(65지구)의 보좌관직을 수락했다. 풀러튼, 부에나팍, 라팔마 등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구인 만큼 박 전위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아마비는 나이가 들어 몸이 쇠약해지면 다시 발병될 수 있다. 당장 내일 못걷게 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늘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한다. 오늘 이 순간이 소중하고 그래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