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곰은 엄지가 없는데 유독 자이언트판다만 엄지가 있다. 죽순을 벗기기 위해서는 먼저 잡아야 했기 때문. 무언가를 잡아야 한다는 필요가 손목뼈에서도 손가락을 돋게 했다.
시인 권혁웅은 이런 동물 이야기를 500가지나 꿰고 있다. 동물 지식 정보 같으면서도 그가 한마디 덧붙인 걸 보면 철학책처럼도 읽힌다.
연재나 청탁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전작으로 펴낸 ‘꼬리치는 당신’(마음산책)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온갖 초식ㆍ육식동물부터 공룡ㆍ도도새ㆍ모아처럼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진 동물에 이르기까지 시인이 관심을 가져온 애정 어린 동물 이야기다. 그는 인간의 관점에서 때로는 인간의 껍질을 벗고 “울고 웃고 먹고 배설하는” 자연의 삶을 경이롭고 유쾌하게 그려나간다. 생쥐의 심장은 1분에 몇 번 뛸까. 생쥐는 2년쯤 살고 1분에 550번 심장이 뛴다. 호랑이나 기린은 20년쯤 살고 1분에 60~100번쯤 뛴다. 결론은 평생 기록하는 심장 박동 수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 그러니 “그이 앞에서 심장이 멎은 듯한 기분을 느낄 때 그때가 영원”이라고. “비단개미핥기는 누가 괴롭히면 권투선수처럼 앞발을 뻗는다. 슉슉. 어쭈? 덤빌래? 거기에 침까지 뱉는다. 칙칙. 조그만 게 왕년에 껌 좀 씹었다고. 슉슉. 칙칙.”( ‘왕년에 껌 좀 씹었다고’) 동물의 특성을 집약한 짧은 스토리를 그림과 함께 읽는 맛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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