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차이 벌어지는 美 원유

셰일혁명에 따른 원유 생산량 급증으로 미국 멕시코만 일대에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특히 미국 원유 시장에서 유가는 북해산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며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원유 시장과 글로벌 시장과의 가격 격차는 기록적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에서 주로 생산, 거래되는 원유 가격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92.30달러(종가 기준)로 떨어져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 원유 시장의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보다 배럴당 20달러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아울러 WTI 가격은 지난달 4.3% 떨어진 것과 달리 브렌트유는 2.3% 오른 것으로 나타나, 가격 차이를 더욱 벌리고 있다.

루이지애나경질유(LLS)의 경우 배럴당 가격은 지난달 28일 95.30달러까지 추락, 올 들어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보다는 16.01달로나 낮은 것으로, 로이터가 관련 자료를 수집한 지 20년 만에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LLS는 브렌트유보다 유황 성분이 적게 함유된 고품질 원유로, 통상 브렌트유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으나 이제 가격 역전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원유와 브렌트유의 거래가 차이가 커지고 있는 것은 셰일혁명으로 원유 생산량과 재고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원유재고는 전주대비 295만배럴 늘어난 3억9140만배럴을 기록해 5개월 만에 최다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총 802만배럴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또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미국의 셰일석유 생산량이 급등, 2015년이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에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 지나치게 많은 원유가 있다”며 “몇 달 전만 해도 WTI와 브렌트유가 연말까지 서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란 합의가 있었지만 이젠 ‘스프레드’(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의 원유 수출 제한 조치도 이같은 현상을 낳고 있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은 아랍 산유국이 원유 엠바고(수출 금지)를 발동한 1차 오일쇼크(석유파동) 이후 1975년 ‘에너지 정책 및 보호법’(EPCA)을 제정, 원유 수출을 제한해오고 있다.

이같은 미국 원유 가격의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가격 하방압력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설문에서도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브렌트유의 가격대가 WTI보다 배럴당 평균 6.80달러 비싸게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전문가는 FT에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WTI를 매입하고 브렌트유는 매도하고 있다”며 “시장이 ‘대불황’(blood bath) 시기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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