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은 ‘Delete’와 ‘Creation’의 새바람, 일제(日帝) 지우고, 서민 스토리는 채운다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일제강점기 어두운 수탈의 역사가 시작됐던 부산에 일제 강점기 흔적을 지우고 서민들의 스토리를 입히는 ‘Delete & Creation’의 새바람이 일고 있다.

일제가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했던 부산에는 당시 수탈민족의 고단한 삶이 아직도 그대로 녹아있다. 최근 복원사업을 마무리하고 시민들에게 공개된 ‘영도다리’를 비롯해 부산 청정해역의 수산물을 수탈하기 위해 건설된 ‘동해남부선’, 대륙침략의 발판으로 매립됐던 범일동 ‘매축지’ 등은 해방된지 68년이 지나도록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일제강점기의 흔적들을 지우고 서민들의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해남부선폐선부지활용시민모임은 “일제강점기 수탈을 목적으로 건설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이제는 시민들의 뜻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해남부선은 과거 서민들의 삶을 이어주는 주요한 교통수단인 동시에 철로로 인해 도시의 단절과 폐쇄의 공간으로서 생활 불편도 컸다. 시민모임은 동해남부선 1단계 구간 활용에 대한 의견 제시 및 채택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부산발전연구원도 부산진역사(驛舍)의 보존과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박상필 연구위원은 “부산진역사는 민초들의 넋이 깃든 임진왜란 최초의 격전지이고, 일제 식민수탈 정거장 중의 하나였다”며 “부산시민의 애환이 깃든 역사적 장소로서 의미가 크기에 개발보다는 미래 자원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역사적 가치, 경관적 가치, 사회문화적 활동가치 등으로 평가할째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변신한 프랑스 파리 오르세역, 중고서점으로 변신한 영국 바터북스역, 복합문화공간으로 단장한 서울역사 등의 사례처럼 부산진역의 보존을 강조했다.

영도다리 역시 우리 근대사를 상징하는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다. 영도다리의 시작점에는 어두운 수탈의 역사가 쓰여 있기 때문이다. 일제는 대륙 침략을 위한 보급과 수송로 구축을 위해 영도다리 건설을 시작했다. 1931년부터 다리가 준공된 1934년까지 수십만 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동원됐고 많은 이들이 공사 과정에서 희생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영도다리를 부산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추억의 장소로 거듭나게 하는 복원사업은 오는 12월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부터 3차에 걸쳐 해안을 매립해 조성한 땅인 범일동 ‘매축지’ 재생에 부산시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허남식 시장이 당시 “공동화장실 개선과 같은 단편적인 사업에서 벗어나 명소로 거듭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라”고 지시했고, 부산시는 영화 ‘친구’와 ‘아저씨’ 촬영장소인 매축지 마을을 ‘영화의 마을’로 가꾸기로 했다. 좁은 골목길과 마을공동시설 정비, 방문객 코스 개발과 역사 스토리텔링을 뼈대로 한 재생계획을 다듬고 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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