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서 포블리 변신 꿈도 못꿨죠”

“예쁜 도희 덕분에 ‘커플 케미’ 살아나
삼천포서 상경해 길헤매는것 내 얘기”

김성균은 tvN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가장 큰 변신을 한 인물이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폭, ‘이웃사람’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연기한 34살 아저씨 김성균이 18살 대학생으로 변신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게다가 극중 캐릭터인 삼천포와 러블리를 합친 ‘포블리’로 불리고 있으니.

“살인범이나 깡패 등 강한 것만 했다. 대중도 악역을 기대했고, 내 길도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작품 하나로 이렇게 될지 몰랐다. 이제 역으로 됐다. 이 또한 작품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가벼운 것을 했으니까 센 것 해야겠다가 아니라, 결국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세졌다 부드러워졌다를 반복하지 않을까.”

김성균은 요즘 많은 CF에 출연하고 있다. 그는 “만약 ‘응사’가 없었다면 ‘이웃사람’의 살인범이라며 광고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균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14살 아래인 윤진(도희 분)과 자신을 커플로 봐줄 수 있을지였다고 했다. 자신이 아무리 어리게 보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도희 덕분에 커플 케미가 살아났다. 이제 20살이고 체구도 작은데 단단한 여장부다. 마치 모진 시련과 풍파를 거쳐온 것처럼 굳건하다. 내 목을 꽉 잡고 연기해야 되는데, 그것을 이겨냈다. 그래서 어색한 상황을 넘겼다. 어리지만 멋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대구가 고향인 김성균은 삼천포에서 극단생활을 했다. 경남 일대를 돌며 연극무대에 올랐다. 무대를 청소하고 소품을 챙겼으며, 객석에서 쪼그리고 자던 추억이 모두 연극에 있었다. 그러다 2005년 짐을 싸들고 서울에 올라와 대학로와 가까운 한성대 입구의 반지하에 살았다. ‘응사’ 1회에는 삼천포에서 상경한 그가 서울역에서 10시간을 헤매다 신촌하숙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방향치이고, 길치다. 마로니에공원에서 택시 타고 대학로 가자고 한 적도 있다.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 충무로에 가면 영화배우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줄 알았다. 영화의 메카니까. 아무도 없더라. 허무해서 짜장면 한 그릇 먹고 돌아왔다.”

김성균은 “사람들이 왜 당신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에 “저의 과정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놈이었다가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애기아빠고, 결혼했고, 아빠의 모습을 소박함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항상 불안하다. 착하다, 인간성 좋다, 사람 좋다는 댓글을 보며 더 좋게 보여야 하는 것 아닐까 하면서. 나도 화를 내고 욕도 할 줄 아는데”라고 말했다.

김성균은 삼천포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서는 “눈치없고 자기중심적이지만 신촌의 하숙집에서 따뜻한 사람을 만나 옆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인물로 변화하는 점”이라고 했다.

또 ‘응사’ 인기에 대해서는 “중학생이 이걸 왜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다같이 모여앉아 밥먹는 것이었다. 모두 스마트폰으로 문자와 카카오톡을 하지만 사람들 기본 정서는 이런 걸 원하고 있구나, 나이든 사람도 아른하고 회상에 잠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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