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타운내 때 아닌 이념 논쟁 무엇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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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LA총영사관 앞에서 벌어진 집회 현장, 한쪽은 보수 다른 한쪽은 진보로 나뉘어 상호 비방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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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LA총영사관 앞에서 벌어진 집회 현장, 한쪽은 보수 다른 한쪽은 진보로 나뉘어 상호 비방에 열중하고 있다.

LA한인타운 한복판에서 때아닌 이념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7일 오후 LA총영사관 앞, 김봉건 자국본(자유대한지키기 국민운동본부) 미 서부 지회 회장을 중심으로하는 한인 보수세력과 진보의 빛, 시국회의 그리고 국제 액션 센터가 뭉친 자칭 ‘진보’세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진보 세력 측은 한국 검찰의 이석기 통합 진보당(이하 통진당)의원 20년 구형 규탄을 시작으로 지난 대선 불법 선거 의혹 규명, 박근혜 대통령 퇴진 그리고 국정원 해체를, 보수 세력은 이석기 의원 사형과 통진당 해산 그리고 종북 세력 북송 조치를 외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것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서로의 신념을 주장하기 위해 시작된 집회가 곧 상호 비방과 인신 공격 그리고 욕설과 몸싸움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변했다는 데 있다.

이날 집회에서 양측은 자신들만이 진정한 민주 세력이며 상대방은 나라를 해치는 암적 존재라고 주장했다. 보수 측은 진보 세력의 주장을 ‘종북’, ‘역적’, ‘쿠테타’등으로 규정했고, 진보 측도 보수 세력을 ‘친일 잔재’, ‘극우주의’ 등의 격한 단어을 써가며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들 중 그 누구도 자신들의 행동이야말로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듯 보였다. 민주주의는 말 그래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이며 모두를 위한 공익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나랑 좀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몰아붙인다면 이는 민주주의로 보기 힘들다.

이날 집회 참여자들은 서로 구역을 나눠서 차례대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라는 건의는 무시하고 시작부터 뒤엉키기 시작했다. 각종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욕을 해대고 발언 중인 타인에 대한 육체적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비논리적이며 감정적이고 독선적인 이들을 바라보면서 그 누구의 편도 들기 힘들었다.

이들의 다툼을 본 한인들은 “타인종 보기 창피하다”, “지금이 어느 땐데 종북과 친일 같은 논쟁이냐”, “언행과 행동이 정말 수준 이하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타인종들 역시 한인들의 격한 싸움을 바라보면서 “왜 한인들끼리 다투느냐”, “무엇이 문제냐”, “왜 서로 질서를 지키면서 남을 존중하지 않느냐”, “집회의 기본을 모른다 경찰을 불러야 한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자신들의 주장 보다는 기본적인 인격 소양과 올바른 대화법 그리고 민주주의의 원칙 등을 먼저 배워야 한다. 만일 지금과 같은 수준 이하의 행동만을 고집한다면 옳은 소리를 한다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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