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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할리웃 여배우들이 그렇듯, 제시카 역시 열혈 동물보호운동가다.
벌써 3년 째 일주일에 한번은 동물보호소(애니멀 셸터)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제시카가 기르고 있는 두 마리의 개 ‘프레야’와 ‘소니’, 그리고 토끼 ‘프링글’과 ‘팝콘’도 모두 셸터를 통해 입양한 녀석들이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아프지만 또 행복하기도 하다. 개, 고양이들과 놀아주고 함께 산책을 하는 것이 내 일이다. 유기견 구조와 입양에 대해 평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한인 커뮤니티에도 유기견 구조단체가 있다는 말을 듣고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웰컴홈 도그 레스큐’는 한인이 운영하는 유기견 구조 및 입양단체로 로컬셸터에서 안락사 위기에 놓인 유기견을 구조하고 한국에서 입양이 불가능한 잡종견과 장애견들을 미국으로 데려와 일반 가정에 입양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주간헤럴드’와는 지난해부터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유기견 입양캠페인을 공동으로 벌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40여 마리의 유기견들이 새로운 가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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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드디어 ‘웰컴홈 도그 레스큐’와 제시카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임보(임시보호)가정이 턱없이 모자라 유기견 구조가 한동안 불가능 했던 차에 드디어 임보신청이 들어와 함께 구조활동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이날 찾아간 곳은 오렌지시에 위치한 ‘OC애니멀 케어(O Animal Care)’. 지난 1941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역사 깊은 공공기관이다. 매년 개, 고양이
를 비롯해 3만 마리가 넘는 유기동물들이 이곳에 들어온다.
‘웰컴홈 도그 레스큐’에서 임시보호과 입양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신디 서씨가 오늘 제시카와 한 팀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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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오늘 어떤 아이를 구조할 예정인가?
▶신디: 아무래도 셸터에 오래 있어서 안락사 당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 우선 구조대상이다. 모두 구조할 수 없기 때문에 늘 안타까움이 있지만… 오늘은 비교적 한인가정에 입양확률이 높은 요크셔테리어 믹스견 ‘룰루’를 데리고 나오려 한다.
▶제시카: 이곳 ‘OC보호소’는 개들의 안락사 비율이 10%정도더라. 이만하면 아주 좋은 곳이다. 건강상태가 아주 나쁘거나 너무 공격적인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 안락사 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더라. 웹사이트에서 공부 좀 했다.
셸터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는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셸터 웹사이트에서 입양 가능한 유기견들의 사진을 미리 보고 사무소에 신청을 하거나 셸터를 방문해 보호중인 유기견들을 둘러보고 입양하고 싶은 견종을 고르면 된다.
▶신디: 임보가정이 나타나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입양리스트의 사진들을 살펴봤다. 대번에 룰루가 마음이 가더라.
▶제시카: 맞다. 임보가정이 많을수록 더 많은 유기견들을 구조해 나올 수 있는데……
룰루와의 첫 만남을 기다리는 동안 제시카가 셸터를 둘러본다. 셸터 입구에는 유기동물을 드랍하는 장소가 따로 있다. 주차장에서 발견된 아기고양이들, 길거리를 떠돌던 개들을 구조해 시민들이 직접 보호소로 데리고 오는 곳이다. 반면 기르던 동물을 직접 동물보호소로 데리고 오는 주인들도 있다. 제시카가 안타까운 듯이 바라본다.
▶제시카: 강아지 때 이쁘다고 키우다가 성견이 되면 컨트롤이 안된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훈련을 시키면 사람과 개들 모두가 오래오래 잘 지낼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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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를 돌아보자 마음이 더 아프다. 제시카는 유기견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착하지, 참 이쁘다’라고 다정하게 이야기 해 준다. 사람들을 보고 유난히 반가워 하며 꼬리를 흔드는 유기견을 보면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눈을 맞추면 금방이라도 ‘나를 데려가 주세요’라고 말할 듯 하다.
드디어 룰루와의 첫 만남. 겁이 나는지 약간 주춤하더니 이내 제시카와 신디를 보고 꼬리를 흔든다. 특히 어린아이들을 좋아하고 다른 개들과의 사교성도 좋다고 하니 입양 보내기에 완벽한 아이다. 메인 오피스에 입양 결정을 알리고 서류을 작성하면 모든 입양절차는 완료다.
기본적인 예방주사, 중성화수술, 마이크로칩, 라이센스 등에 사용되는 입양비용은 견종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200달러 정도다.
룰루를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와 직행한 곳은 동물병원. 기본적인 건강 체크업을 위해서다. 수년째 웰컴홈 유기견들을 돌봐주고 있는 풀러튼 페트라 동물병원 스테반 김 수의사가 룰루를 꼼꼼히 살핀다.
“1살 미만으로 보인다. 중성수술도 잘 됐고…. 전반적으로 아주 건강하다. 어디라도 당장 입양 보내도 되겠다”
▶제시카: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
▶신디: 웰컴홈에서 완전히 치료하고 건강한 상태에서 입양을 보낸다. 대개 한국에서 오는 아이들이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제시카: 한국에서 유기견을 데리고 온다니… 정말 놀랍다.
▶신디: 한국은 소형견, 혈통견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형견이나 잡종견은 대개 안락사된다. 지금까지 20여 마리의 유기견들이 한국에서 이곳으로 입양됐다.
룰루는 입양자가 나설 때까지 임시보호가정에서 지내게 된다. 웰컴홈에 ‘임보신청’을 하면 유기견들의 ‘임보엄마’로 자원봉사 할 수 있다. 사료, 간식, 용변패드, 장난감 등도 웰컴홈에서 지원한다.
룰루의 임보엄마는 풀러튼에 사는 케시 김씨. 그루밍샵을 운영하는 케시 김씨는 주인이 버리고 간 개들을 세 마리나 입양해 키우고 있는 애견인이다.
“한 마리 정도는 더 돌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임보신청을 했다. 우리 가족이 ‘토로’라는 새 이름을 주기로 했다. 빨리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많이 안아줘야겠다. 털도 예쁘게 잘라 주고…(웃음)”
웰컴홈과 제시카의 유기견 ‘토로’ 구출작전은 저녁무렵 토로를 안전하게 임보엄마의 손에 전달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가장 행복한 K타운이었다. 오늘부터 웰컴홈과 주간헤럴드의 입양캠페인에 적극 동참해야겠다. 귀여운 강아지, 이제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