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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 이장호. |
‘시선’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이장호 감독을 서울 충무로 시네마서비스에서 만났다.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시선’을 보고 “내가 배급하겠다”고 했다. 강우석 감독은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20대 초반,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1980)을 보고 그 길로 학교를 관두고 영화계로 발을 내디뎠다. 20번째 작품을 찍고 있는 강우석 감독이 자신을 영화로 인도했던 선배의 스무번째 영화 배급을 자청한 것이다. 한국영화가 ‘역사’를 기록하려한다면, 가장 중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 영화 ‘시선’의 앞뒤에 걸쳐져 있다.
‘시선’은 아랍권의 가상국가 이스마르로 선교여행을 떠났다가 이슬람 무장세력에 피랍된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이슬람 반군의 총구 앞에서 인간으로서의 민낯을 드러낸 종교인들이 ‘순교’와 ‘배교’의 갈림길에 선다. 사선에 선 자들의 실존과 종교적 신념 사이의 선택을 그렸다. 이번 영화에 가장 직접적인 영감을 준 것은 17세기 일본의 기독교 박해 시기 순교와 배교 사이의 십자로에 섰던 한 신부의 삶을 그린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이다. 그리고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장호 감독과 기독교와의 만남이다.

“돌이켜보면 내 감수성에는 종교적인 성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교회를 다녔다든지, 한때 불교에 심취했었다든지, 돌아가신 할머니가 우리를 돌봐줄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었든지, 절대자에 대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말이죠. 1980년대 ‘바람불어 좋은 날’ 이후 우리 문화계에서 수상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작가 김승옥씨가 독실한 기독 신자가 되더니, 어느날 저에게 ‘장호야, 너 예수 믿어라’라고 하더군요. 당시만 해도 저는 지식인이나 예술가가 신앙을 가지면 첨예한 문제의식이 사라진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죠. 승옥이형 문학에 문제가 생기겠구나 했죠. 그러다가 명보극장 신우회 성경공부하는데 좀 참여했다가 어느날 허병선 목사를 만났는데 ‘바람불어 좋은 날’을 봤다며 저에게 그러시더군요. ‘교회가 하는 일을 좋은 영화가 할 수 있다, 좋은 작품 만들어달라’고 말이죠. 그래서 이 사람 교회 다녀보자 했죠. 당시는 교회가 빈민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데 대한 영향도 없진 않았어요. 그러다가 고 문익환 목사께서 제가 다니는 교회에 오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목사가 저를 대표기도로 세운 겁니다. 처음이었죠. 단상에 올라가서 ‘하나님’하고는 기도를 잇지 못했어요. 한참을 입을 닫고 있다가 ‘예수님’하고는 ‘아, 정말 못하겠습니다’하고 포기했어요. 사고였죠. 예배 시간 내내 웃음이 전염되듯 퍼졌습니다. 문 목사님께서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기도였다’며 웃으셨죠. 그렇게 처음 만났고, 본격적으로 신앙이 성장한 것은 2006년부터였습니다. ”

이장호 감독은 영화경력의 위기는 ‘외인구단’(1986)부터 조금씩 느껴졌다고 했다. 어느 TV프로그램에 나가서 일반인들의 질문을 받았는데, 대부분 부정적인 물음이었다. 그리고는 ‘명자, 아끼꼬, 쏘냐’와 ‘천재선언’까지 내리 흥행에 실패했고, 결국 19년간 영화 현장을 떠나있게 됐다. 이 감독은 “의식의 침몰, 의식의 매너리즘 상태였다는 깨달음이 나중에 오더라”며 “결국 영화를 만들 자격이 없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장호 감독은 “눈에 보이는 것처럼 덧없는 게 없다, 시대적인 유행도 마찬가지”라며 “결국 우리 사회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문제이고, 돈과 욕망에 대한 집착일텐데, 그것을 눈에 보이게 비판하고, 무기를 들고 싸워야만 반성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기독교적인 주제를 다루겠지만, 그것이 꼭 기독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전체에 삼투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작으로는 베트남 난민을 구했던 한국인 선장의 이야기를 다룬 ‘96.5’와 최인호 작가의 ‘눈물’에 바치는 영화를 구상 중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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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