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찾아 서유럽行…阿난민ㆍ집시 목숨 건 대이동

유럽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불법 이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빈곤에 시달리다 못한 수십만명의 아프리카인들이 목숨을 걸고 매년 유럽 국경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에선 동유럽의 ‘천덕꾸러기’ 집시(로마)들이 유럽연합(EU) 전역으로 이동, 유럽 안정을 위협하는 공동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프리카 난민, 스페인 ‘엔클라베’로=최근 아프리카를 탈출해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유럽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있는 스페인의 엔클라베(다른 나라에 있는 자국 영토)에 밀입국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아프리카 난민 800여명이 모로코 내 스페인 도시인 멜리야 국경을 급습, 이 가운데 140명이 밀입국에 성공했다. 멜리야는 지난달 3일에도 150여명의 서아프리카 난민이 스페인 국경을 넘으려다 실패한 곳이다.

멜리야와 세우타 등 모로코의 스페인 엔클라베는 빈곤과 내전으로 찌든 아프리카를 떠나 더 나은 삶을 찾으려는 난민들에겐 유럽으로 가는 관문으로 통한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엔클라베를 통해 EU 밀입국을 시도하는 일이 급격히 늘고 있다. 

모로코 영토로 둘러싸인 스페인의 ‘엔클라베’ 멜리야와 세우타 [자료=WSJ]

EU 국경감시기구인 프론텍스(Frontex)에 따르면 지난해 4200명의 불법 이민자가 스페인 엔클라베에 침입했다. 이는 2012년보다 무려 49% 증가한 것이다. EU 전체로는 2012년보다 30% 늘어난 7만7140명의 난민이 밀입국에 성공한 것으로 추산된다.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유럽으로 불법 밀입국한 난민 수가 10만7360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밀입국을 막기 위해 스페인 정부는 지난 3월 23억유로를 들여 국경선 철책을 보강했지만, 불법 이민 행렬을 막긴 어려워 보인다. 호르헤 페르난데스 디아즈 스페인 내무장관은 스페인 국경을 넘기 위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올라온 아프리카 난민 4만명이 이미 모로코에 몰려들었으며, 모로코 남부에 위치한 국가 모리타니에도 4만명의 난민이 있다면서 불법 월경 시도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국경 경비 강화 같은 미봉책으론 불법 이민을 막기 어렵다고 보고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인 아프리카의 빈곤을 해소하지 않는 한,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인근 해역에서 난민선이 난파돼 아프리카 난민 4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만 계속될 뿐이란 지적이다.

모로코 북부에서 불법 이민자 구호활동을 하는 에스테반 벨라스케스는 지난달 30일 독일 일간 도이체벨레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아프리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취해진 ‘마셜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 ‘군식구’ 집시…갈등 씨앗=EU 내부에서도 회원국 간 이주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부터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국민의 EU 이주가 전면 허용돼 동유럽의 집시들이 부유한 서유럽 국가들로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07년 EU 회원국이 된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집시 인구가 전체의 10%, 8%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인근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도 집시 비율이 9%, 7%에 이른다.

그러나 집시들이 대부분 생계가 불안한 빈민층인데다 저학력ㆍ저숙련 노동자라는 점에서, 이들을 보는 서유럽 국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집시의 ‘침공’으로 복지 시스템의 부담이 늘고 사회 질서까지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한다.

실제 집시의 80%는 빈곤선 이하 소득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이다. 초등교육을 받은 인구는 고작 전체의 45%로, EU 평균(98%)의 절반도 못 미친다. 집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실업률이 33%에 달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서유럽에선 불청객인 집시를 배척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집시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벌인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추방된 집시 인구는 1만9380명으로 2012년(9404명)에 비해 2배 늘었다. 올 연초에는 프랑스 법원이 지난해 수학여행 중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추방된 집시 여중생과 가족의 재입국을 불허하는 등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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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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