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최민식의 ‘악당’ 변신, 괜찮을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명량’의 배우 최민식은 지금 1500만여 관객들에게 살아 있는 ‘이순신 장군’이다. 관객들은 어쩌면 당분간은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면 최민식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경험을 해야할 지 모른다.

그런 최민식이 천하에 둘도 없는 악당으로 돌아온다. 그는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루시’에서 주인공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악당 ‘미스터 장’ 역할을 맡았다. 한국인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성웅(聖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섬뜩할 만큼 비열한 악역으로 변신한 것이다.

물론 최민식도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그는 ‘명량’을 끝낸 뒤 ‘루시’ 촬영에 돌입했고, 두 영화의 개봉일도 한 달 가량 차이가 난다. 그런데 ‘명량’이 개봉 4주차에도 여전히 예매 점유율 1위(34%, 19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를 기록하면서, 9월 4일 개봉하는 ‘루시’와 나란히 극장가에 걸리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명량’의 여운을 안고 새 영화 ‘루시’를 만나야 하는 관객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특히 ‘명량’이 관객 정서를 정확히 겨냥해 신드롬이라 부를 만한 파급력을 일으켰다는 점, 그 중에서도 최민식의 존재감이 깊게 각인됐다는 점 등이 ‘루시’에 몰입하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그 점이 오히려 ‘루시’ 흥행의 호재로도 작용할 수도 있다. ‘명량’과 최민식의 인기가 ‘루시’와 그 속 최민식의 연기 변신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작품에서 인기를 얻은 배우의 또 다른 작품이 개봉할 때, 여느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관객 몰입에 대한 우려도 최근 ‘군도: 민란의 시대’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두 영화에 동시 출연한 이경영의 경우 선량한 스님과 악랄한 해적 두목 역할을 기시감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점에서 베테랑 배우들이 겁낼 부분은 아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최민식이 관객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넘버3’, ‘쉬리’, ‘파이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최근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까지… 작품 제목만 들어도 최민식의 연기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관객들이 상당 수일 것이다. ‘루시’의 완성도나 재미야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최민식의 악당 연기가 우려보다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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