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런닝맨’ 공동제작한 조효진 PD의 콘텐츠 수출 조언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일본 한류시장이 크게 위축된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한국 드라마는 일본 방송에서 거의 사라졌다. 카라, 소녀시대 공연을 보러오는 일본 관객들도 크게 줄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를 통해 한가지 교훈은 얻어야 한다.

일본 한류 붐을 타고 일본에 들어가 대대적인 공연부터 개최했던 K팝그룹은 거품이 빠지면서 많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한단계씩 올라오는 공략법을 쓴 팀들은 한일관계 악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


FNC엔터테인먼트 소속 밴드 씨엔블루가 대표적이다. 일본에 진출할때 소극장에서 중간 규모까지 전국을 도는 라이브 공연을 많이 했다. 이때 마니아 팬층이 생긴 것이다. 동방신기도 일본진출시 길거리, 계단에서 공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만약을 대비해 K팝 한류가 마니아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

위축된 일본 시장의 대체재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은 뜨겁기는 한데, 방향 잡기가 쉽지 않다. 최근 중국판 ‘런닝맨’(‘달려라 형제여’)의 1~5회를 공동제작하고 돌아온 조효진 PD의 케이스는 대중문화 콘텐츠의 수출전략에 많은 걸 시사해준다.

포맷 수출후 현지에서 자문해주는 플라잉 PD와 한중공동제작에 대해 우리의 콘텐츠 유출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문화쇄국도 올바른 전략은 아니다.

플라잉 PD→한중공동제작은 중국에 문화를 수출하기 위한 단계별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플라잉 PD를 보낸다고 해서 방송사가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건 아니다. 예능의 경우 회당 포맷 수술가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플라잉PD를 거쳐 공동제작 단계에 접어들면 수익을 올릴 여지가 그만큼 더 많아진다.

중국은 각종 규제와 심의로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쉽게 들어오는 걸 막는다. 중국(저장위성TV)은 중국판‘런닝맨’의 경우 왜 돈이 별로 들어가지 않는 플라잉 PD 대신 공동제작을 요청했을까? 1~2명의 PD가 가끔 비행기 타고 날라와 해주는 조언으로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런닝맨’은 매주 구성과 기획이 바뀐다. 한국에서 ‘런닝맨’ PD와 작가, 카메라맨 등 8명이 중국에 가 1~5회까지 함께 제작했다. 첫회에는 지압판에서 뛰는 장면, 김종국을 투입해 이름표를 떼는 장면 등 게임 버라이어티 ‘런닝맨’의 기본을 가르쳤다. 3~5회는 중국출연자들을 데려와 한국에서 제작됐다. 한국 멤버들과 7대7로 이름표떼기를 해 한국팀이 겨우 이겼다.

금요일 반 9시에 방송되는 중국판 ‘런닝맨’은 현재 8회까지 방송됐다. 3회만에 시청률 2%를 넘긴 것도 이례적이다. 요즘 중국 예능 1위는 중국판 ‘런닝맨’이고 2위는 이 프로그램 출연진의 숨겨진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꾸민 특별판이 차지하고있다. 현지에 방송되면서 ‘기린’ ‘배신자’등으로 불리는 이광수가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내년에는 시즌2도 제작될 예정이다.

‘런닝맨’을 연출했던 조효진 PD는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나 중국이나 비슷하지만, 미세하게 다른 점도 있다. 중국팀과 그런 점을 교류하면서 나도 배우는 게 많았다. 우리가 꽁꽁 싸매고 있기 보다는 교류하면서 발전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면서 “중국 예능은 시즌제가 활성화돼 있어 사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처음에는 섞이기 어려운 부분도 대화를 통해 이해하고 해결됐다는 게 문화의 힘이다. 그들과 교류하면서 우리는 더 발전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중국 수출은 플라잉PD에서 공동제작으로 확대시키며 그 수익을 나눌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반면 아이치이, 유쿠 등 중국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한국 드라마 수출은 좀 더 본질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의 히트 이후 온라인 동영상 전송권은 크게 올랐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대‘가 편당 2억원, ‘피노키오’는 3억원선에 판매됐다. 하지만 중국광전총국이 내년 4월부터는 온라인에서 방송되는 외국드라마도 사전심의를 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사전심의 기간이 길어져 한국에서 방송되고 바로 중국의 온라인에서 방송되기 힘들어지면, 불법 사이트를 통한 시청 등 부작용이 늘고, 나중에 심의가 통과돼 방송된다 해도 이용자의 감소가 크게 우려된다. 우리는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는 중국 온라인 기업들에도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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