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강수지, 양금석-김도균 ‘중년의 썸’
살아온 이야기 자체가 삶의 지혜
독성없는 탈구성적 방식, 오히려 신선
SBS ‘불타는 청춘’의 기획의도는 “아직도 마음은 불타고 있는 싱글중년들이 여행을 떠난다. 당신이 잊고 있던 청춘을 찾아드린다”다. 이른바 ‘싱글중년 친구찾기’다.
40~50대 중년 싱글남녀 스타들이 1박2일간 전국 곳곳으로 여행을떠나 새로운 친구를 만들며, 열정과 젊음을 되찾는 ‘안티에이징’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나오는 중년 스타들은 하나같이 나이는 먹었지만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말한다.
중년이 되면 시간보내기가 큰 화두가 된다. 학창시절은 사회에 나오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 제 시간을 갖지 못했고, 젊은 시절은 친구를 만나기도 했지만,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만들기 위해 앞만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어느새 50대중반쯤이 되면,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어떤 직업이건 옆과 뒤를 돌아보게 된다. 더 이상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없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것에 대한 의미 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자주 보았던 친구들도 이제 옆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 하는 말이 “내가 뭐 하려고 이렇게 살았지”라는 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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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불타는 청춘’에 등장하는 중년 연예인들도 일반 중년들과 대동소이하다. 일하는 영역만 달랐을 뿐이지, 사적 영역에 대한 보장은 연예인들이 더 안되기 때문에 하고싶은 것을 일반인보다 조금 더 누르고 살았을 것이다. ‘만시지탄’이 없을 리 없다.
여기서 뜨고 있는 ‘치와와 커플’ 김국진-강수지는 그동안 자주 만난 줄 알았지만, 둘 다 서로 친해본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기야이들이 자주 만났다면 연예기자들이 가만 놔두었을 리 없다. 스캔들이 나도 여러 번 났을 것이다. 강수지는 “국진씨와는 매니저와 2차례 밥 먹은 게 전부다. 그리고 제 콘서트에 게스트로 한번 온 사이다. 우리는 어색한 사이”라고 말했다. 김국진도 “강수지와는 좋은 경험이다. 이 프로그램이 친구찾기니까 흔쾌히 나갔다”고 했다.
이들은 연예인이지만,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솔직한 속내를 보여준다. 흔히 연예인들이 리얼리티물에 나오면, 인기와 홍보를 위한 연기와 컨셉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 일단 진정성에서 의심받는다. 하지만 ‘불타는 청춘’은 연예인이지만, 더 이상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한다.
양금석이 검정색 옷만 입는 ‘록커’ 김도균을 시골 옷가게에 데려가 화사한 옷을 사주며 앞으로는 “나 만날때 이 옷 입고 나와”라고 하고, 샴푸를 가지고 와 김도균의 긴 머리를 감겨주는 모습은 설정 요소가 많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보기 힘든 솔직한 표현이다. 이 모습에 제작진도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김도균은 “(양)금석님과는 둘 다 소리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금세 친해졌다”면서 “현실에서는 만나거나 더 친해질 수 없는 상황이기에, 여기서는 더 친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출연자들도 50대 중반에 이르는 사이 적지 않은 갈등과 어려움, 위기를 겪었다. 서로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고 위로도 받고 싶다.
카사노바라는 뜻의 ‘카바’라는 별명을 얻은 성악가 김동규는 “잘 나갈 때 너무 교만했다”고 털어놨다. 김혜선은 “나이가 들면서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어떤 연기건 해내면서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90년대에는 남자들의 로망이었던 강수지는 “엄마가 치매로 작년부터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김국진은 혼자 지내고 내성적이며 사회성이 없는 연예인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박상혁 PD는 “국진이 형의 기존 이미지는 선입견이다. 귀엽기도 하면서 못하는 게 없다. 장작도 패고 대나무를 타고 올라갈 정도로 팔 힘이 좋은 상남자다.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불타는 청춘’은 중년 연예인이 재발견되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다. 김일우는 처음에는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369게임 등 추억게임을 통해 적응이 끝나자 가장 신나게 놀고 있다. 김일우는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나와 뭘 하지 라는 고민이 있었지만, 밥 하고 게임 하는 등 뭘 하는 것도 좋지만, 뭘 안하는 모습도 괜찮다. 우리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 보는 사람이 공감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릴 때 놀았을 법한 장소로 추억여행을 떠나다보니 화려한 모습보다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가슴 한 켠에 쌓인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다. 싱글중년들이 살아온 이야기 자체가 삶의 지혜나 교훈이 될 수 있다. 박상혁 PD는 “밤에는 인생 얘기도 많이 한다. 인생에서 최고의 화려한 시절도 경험한 분들이라, 인생 성공과 실패, 환호와 좌절을 담아낼 수 있다”면서 “마음을 여는 순간 진심이 드러나는데, 그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MSG를 치지 않고, 독성이 없는 탈구성적 방식이라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의로 싱겁지 않다. 10회까지 방송된 디톡스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은 순수하게 흐름을 잘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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