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KBS ‘다큐1’에서 최근 방송된 ‘특별기획 4부작 골든 아시아’편은 의미있는 다큐멘터리였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라오스, 부르나이, 캄보디아 등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 10개국의 현재 모습과 이들 국가들이 올 연말 출범시키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골든아시아편은 우리가 그동안 아시아 하면 일본이나 중국 중심으로 이해했던 것을 아시아의 다양한 국가들로 확장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아세안 국가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나 실제 교역 실무자들은 알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거나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아세안 국가들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잘 몰랐다. 이번에 아세안 국가들을 테마별로, 중요한 문제들을 잘 파악하게 해주었다. 피상적으로 알거나 막연하게 알때 편견 같은 게 생길 수 있다. 한류나 한국에 들어오는 해외관광객을 이야기할때도 일본과 중국 중심이다. 한류보고서에도 아세안 국가들에 관한 분량은 극히 적다.


한류의 중심축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동했다. 중국시장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포스트 차이나 전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골든아시아편이 한번쯤 생각하게 해주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증하며 모바일세대가 늘어나면서 IT 창업 열기가 뜨거웠다. 그 곳에서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들도 교육열이 매우 높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이미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들 나라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선배로서 자문, 조언할 거리도 있고 함께 갈 수 있는 사업도 많을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석탄, 천연고무, 팜유 등 자원강국이며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종교인을 위한 할랄 식품산업의 잠재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세안 국가들은 천혜의 자원과 젊은 인력, 저렴한 인건비와 최적의 물류환경의 조건을 갖춰 다국적 기업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고, 한중일 3국이 치열하게 주도권 다툼을 펼치고 있다. 아시안 국가들도 올연말 아시안경제공동체가 만들어지면 이들 10개국 사이에 관세가 철폐된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에게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 프로그램이 환기시켜주었다.


4부로 나눠진 총 200여분의 다큐물이라면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는 분량이다. 하지만 심층 보도나 탐사보도식이 아닌 이슈별, 국가별 보도취재를 하다보니, 객관적인 사실과 상황은 잘 드러났지만, 조금 더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보여주기에는 힘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이들 나라들에 LG 등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 나라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도록, 또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그 무엇’이 필요해 보였다. 이들 나라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나라에서 가장 유행하는 음악이 뭔지, 가장 유명한 가수가 누구인지 모른다. 일방적 교류가 아닌 쌍방향 교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이런 프로그램에서 고민해봐야 할 때다.


외교와 경제 교류는 문화적 교류를 통해 상호간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윈윈할 수 있다. 혐한류와 반한류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이들 부분을 잘 섞어 우리가 아세안 국가에 대해 친밀감부터 느끼도록 해주는 게 좋은데, 이번 4부작이 그 부분을 어느 정도 충족시킨 것 같다.


하지만 골든아시아 4부작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아세안 국가에 대한 씨를 뿌린 정도다. 앞으로 우리가 그들과 교류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취재하고 연구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줬으면 한다. 이번 골든아시아편에서는 아시안 국가들의 문제점과 우리가 개인 차원이건 기업차원이건 그 나라에 들어갈 때의 애로나 문제점 같은 것은 거의 짚어주지 않았다. 이런 부분도 차근차근 알려줘야 할것 같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에는, 주로 공적이고 관급 위주, 기업 위주의 취재가 되기 쉬운데, 밑에서 일어나는 대중들의 욕구와 문화, 소비, 심리(멘탈), 이런 것도 차분하고 다양하게 취재해야 할 것 같다. 이들 나라 국민들에 대해서는 구색용 인터뷰가 아니라, 좀 더 디테일하게 파고드는 뚝심이 필요하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