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프로 ★★★
고승희=네티즌 추리는 무죄, 벅스뮤직 스포는 유죄 ★★★☆
이혜미=실검 뜰까봐 본방 보게 되는 마력 ★★★☆
정진영=개성을 가진 목소리가 설 자리는 없는 무대 ★★
* tvN ‘집밥 백선생’
김성진=유익한 정보, 집에 만능간장반찬이 넘친다는걸 빼면 ★★★
고승희=엄마가 ‘백선생’ 감자볶음 해줬다…같은 맛일까 ★★★★
이혜미=‘만능간장’부터 실속 레시피가 수두룩 ★★★
정진영=사실 모두가 간절히 원했던 레시피는 이런 것 아니었나? ★★★★★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김성진=우열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
고승희=더이상 그들만의 세상이 아니다…채팅창 안에선 내가 주인공 ★★★☆
이혜미=지상파 방송의 회심의 일격 ★★★☆
정진영=양방향 소통으로 변화하는 방송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실험실 ★★★☆
그 어느 ‘구역’보다 대중의 변화를 기민하게 포착해온 예능가는 지난 6개월 사이에도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안주하길 좋아하는 채널에선 여전히 ‘엿보기’(관찰예능)에 한창이나, 올 상반기 ‘히트상품’은 따로 있었다. 소재와 형식은 각기 다르다. 음악예능, 요리예능(쿡방), 1인방송으로 묶이는 이들 콘텐츠는 추리하고, 요리하고, 채팅하는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다른 말을 빌리자면 인터랙티브(interactiveㆍ쌍방향) 콘텐츠다. 다매체 시대의 TV는 시청자와의 소통을 목표로 이들의 참여를 진작부터 유도해왔으나 최근엔 보다 적극적인 형태가 됐다. 지금의 시청자는 제작진이자 진행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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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복면가왕’ |
MBC ‘일밤-복면가왕’은 복면을 쓴 채 기막힌 가창력을 선보이는 출연자에 힘 입어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이들의 무대에 판정단과 시청자는 대동단결한다. “도통 모르겠다”며 얼굴을 구기는 김구라에 이입하면 시청자는 애가 닳는다. “가수가 아니라면 사건”이라는 윤일상의 한 마디에 무대는 어김없이 사건이 된다. 아이돌은 재평가받고, 가요계의 숨은 보석들이 얼굴을 알리며, 가수 못잖은 타 직군의 연예인들이 발견된다. 이미 올 9월까지 출연자는 만석이다. 창법과 성별까지 바꿔 정체를 숨기려는 스타들의 복면을 벗겨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복면가왕’의 본게임은 방송 이후 시작된다. 복면을 벗기려는 네티즌 수사대의 열혈 추리에 숱한 가수들의 실명이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내린다. ‘복면가왕’이 시청률보다 위대한 화제성을 양산하는 데에는 ‘추리’ 형식을 적극적으로 가미해 시청자에게 ‘참여의 공간’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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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시청자의 참여는 방송가에 거대한 트렌드를 만들었다. 2015년 상반기는 명실상부 ‘쿡방’(요리하는 방송) 전성시대였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선봉에 섰고, tvN ‘집밥 백선생’은 바통을 이어받았다.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이 두 편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다만 인지도와 화제성이 다를 뿐이다.
‘대결’과 ‘수업’이라는 서로 다른 형식을 취해도 두 프로그램의 핵심은 요리다. 60분 분량의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도 완결성을 지녔는데, 방송 이후면 또 다른 현상이 빚어진다. 수많은 블로그에선 방송에 등장한 레시피를 따라한 사진과 글이 줄줄이 올라온다. 전문성을 갖춘 셰프들의 요리는 ‘정보 습득’을 요구하는 진화한 시청자에게 안성맞춤 아이템이었다. 특히 백종원의 레시피는 쉽고 간단해서, ‘백선생의 방식’이 궁금해서 따라하게 된다는 반응이 많다. 방송가 ‘쿡방 열풍’의 실체는 TV 밖에 있었다.
두 프로그램이 방송 이후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시청자와 함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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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은 인터넷과 TV를 연계, 출연자들이 각자의 콘텐츠(요리, 운동, 마술 등)을 ‘무기’로 인터넷 1인방송을 진행한다. 일방통행에 익숙했던 TV가 플랫폼을 넘나들어 시청자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인 혁신적인 콘텐츠다. 이 형식은 무려 지상파 최초다. 인터넷 방송이 포맷의 출발점이기에 ‘마리텔’은 접속하는 시청자가 없다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방송이다. 지난 2일 기준 ‘마리텔’의 인터넷 생방송 접속자는 20만명(다음 카카오 집계)으로, 박진경 PD는 “설 특집 파일럿 당시와 비교하면 5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역할은 독특하다. 단순히 보는 사람에서 벗어나 출연자에게 끊임없이 토를 달고, 피드백을 요구한다. ‘마리텔’의 인기스타 백종원에게 ‘석고대죄’를 끌어내는 것도, 그로 인해 ‘애플보이’라는 별칭을 붙인 것도 시청자다. 박진경 PD는 ‘마리텔’의 시청자는 “토크쇼로 치면 보조 MC의 역할”이라며 “시청자로 인해 프로그램의 진행방향도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들 접속자의 숫자로 출연자들의 순위가 매겨지는데, “자기 콘텐츠가 확실하고 소통에 능한”(박진경 PD) 백종원은 프로그램의 철옹성이다. 시청자가 요구하는 TV 형식에 걸맞는 스타인 셈이다.
시청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프로그램들은 달라진 시청자의 경향으로 더 많은 인기를 얻게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의 시청자는 TV에서 남의 것을 지켜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이 참여해 만들어가고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 내 것이라고 느낀다.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은 프로그램 인기에도 유리한 위치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진경 PD는 “과거의 방송은 방청객이 스튜디오에 앉아 발언 기회를 한두 번 얻거나 몇 시간 내내 녹화만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시청자를 직접 참여시킨다는 부분 자체로 새로움을 줘 재미가 배가된다”고 덧붙였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