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돌아온 터미네이터는 건재했다. 머리는 희끗해지고 주름은 패였지만, 일흔 노장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감독 앨런 테일러)는 ‘터미네이터’ 그 자체인 아놀드 슈워제네거에 상당한 빚을 진 채 무난한 리부트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다. 아울러 오리지널 시리즈와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존 코너’를 악당으로 전복시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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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균열로 인해 과거와 현재, 미래는 생물처럼 모습을 바꾸고, 이를 통해 영화는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메시지는 새롭지도, 깊이 있지도 않다. 다만, 묘하게 감동적인 것은 노장 슈왈제네거의 분투다. 1984년 오리지날과 무려 30여 년의 시간 차가 있는 만큼, T-800을 연기하는 슈왈제네거의 노화는 어쩔 수 없다. 이 점은 로봇의 피부도 인간의 생체조직과 유사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화한다는 설정으로 합리화시켰다.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하는 외모 변화에도, 슈왈제네거는 “난 늙었지만 쓸모없지 않아”라는 T-800의 대사를 증명하려는 듯한 활약을 펼친다. 그렇다고 노욕의 원맨쇼를 펼치는 것은 아니다. 적재적소에서 묵직한 액션을 펼치며, 간혹 유머러스한 대사로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잠깐이나마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나는 젊은 슈워제네거는 오리지날 터미네이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2029년, 군사 방위 목적으로 개발된 인공지능 시스템 ‘스카이넷’은 인류를 적으로 간주해 핵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 인간저항군을 이끄는 존 코너(제이슨 클락 분)는 자신의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 분)를 구하고 스카이넷의 ‘심판의 날’을 막기 위해 그의 ‘오른팔’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 분)를 1984년 과거로 보낸다. 하지만 1984년은 존 코너가 예상했던 과거와는 달랐다.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 분)의 보호를 받으며 고도로 훈련된 전사로 성장해 있었다. 게다가 존 코너가 스카이넷의 계략으로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하면서,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 T-800은 사상 최강의 적과 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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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균열로 인해 과거와 현재, 미래는 생물처럼 모습을 바꾸고, 이를 통해 영화는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메시지는 새롭지도, 깊이 있지도 않다. 다만, 묘하게 감동적인 것은 노장 슈왈제네거의 분투다. 1984년 오리지날과 무려 30여 년의 시간 차가 있는 만큼, T-800을 연기하는 슈왈제네거의 노화는 어쩔 수 없다. 이 점은 로봇의 피부도 인간의 생체조직과 유사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화한다는 설정으로 합리화시켰다.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하는 외모 변화에도, 슈왈제네거는 “난 늙었지만 쓸모없지 않아”라는 T-800의 대사를 증명하려는 듯한 활약을 펼친다. 그렇다고 노욕의 원맨쇼를 펼치는 것은 아니다. 적재적소에서 묵직한 액션을 펼치며, 간혹 유머러스한 대사로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잠깐이나마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나는 젊은 슈워제네거는 오리지날 터미네이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T-800과 사라 코너의 관계다. 두 사람은 유사 부녀 관계로 설정된다. T-800은 사라 코너가 부모님을 잃은 아홉살 때부터 그녀를 전사로 훈련시켰다. T-800이 총알을 장전하면서 카일 리스의 속도를 견제하는 장면은, 딸의 남자친구를 견제하는 듯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웃음을 자아낸다. 또 T-800이 추억의 대사 ‘아 윌 비 백!’(I’ll be back!)을 외치며 낙하하는 장면, 카일 리스에게 사라를 부탁하며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장면은, 용광로에서 T-800이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던 ‘터미네이터2’(1991)의 엔딩을 떠올리게 할 만큼 뭉클하다.
ha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