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들’ 박소현에게 아이돌 프로그램 진행을 맡겨라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71년 2월생으로 만 44세인 박소현이 MBC <능력자들>에서 ‘아이돌 능력자’로 등장해 그동안 감춰왔던 ‘아이돌 덕후’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소현은 취미로서의 아이돌 ‘덕력’이 일정수준 이상에 이르러, 생활을 지탱하는 업(業)의 경지에 올랐다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김숙, 송은이나 매니저 등 가까운 주변 인물에 따르면 박소현은 평소 건망증이 심한 편이었다. 오랜 기간 만난 김숙의 나이를 잘 기억하지 못했다. 같은 남자와 선을 두 번이나 봐도 말을 안하면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돌에 대한 관심만큼은 단연 ‘특급 애정’ 수준이었다. 


연예계에서 활동 중인 모든 아이돌의 이름과 생일, 포지션을 완벽히 꿰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스케줄과 좋아하는 브랜드까지 줄줄 읊는 신공을 선보였다. 팬픽이나 직캠을 챙겨보고 포토 카드를 모은다는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엑소의 새로 나온 음반의 가사들을 궁금해하고, 아이돌들의 근황에 누구보다 밝았다. 아이돌들이 부르는 노래마다 달라지는 춤까지 다 가려내는 걸 보고 “졌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이들의 활동과 건강을 응원하는 박소현이야말로 애정과 열정이 살아있는 ‘총천연의 덕후’ 그 자체였다.

그런가 하면, 13년간 사진 20만 장을 찍어온 ‘음식 사진 능력자’ 김지훈 씨는 독특한 이력과 ‘덕력’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평소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물 한잔조차도 살아있는 기포를 포착하여 사진에 담느랴 수백번의 셔터를 누르는 그의 일상은 음식 사진 덕후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

도너츠 하나를 먹을 때도 아들에게 구도와 형태를 설명하며 사진을 찍었다. 결국 막내 아들이 토라져 삐죽이는 모습을 보고 게스트들은 폭소를 감추지 못했다. 유학 시절 귀하디 귀한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갔을때 음식들을 사진에 담아두던 것이 발단이 되어, 결국 경영학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음식 사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언젠가 두 아들 역시 자신과 함께 하여 ‘음식 사진 촬영’을 ‘가업’으로 이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보이기도 했다.

헬리콥터 소리, 부메랑 소리 등 일상의 모든 소리를 비트박스로 승화시키는 ‘비트박스 능력자’ 고영빈씨 역시 현장에 있던 출연진과 덕후 판정단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평소 일터(자동차 경정비)의 업무 중에도, 식사를 하러간 메뉴 주문시에도 그야말로 실생활에서 비트박스를 쉬지 않고 선보여 주변을 리듬의 향연으로 물들이는 그였다. 비트박스에 대한 애정으로, 틈나는대로 길거리 공연을 선보이는 등 실제 퍼포머로서의 꿈을 버리지 않고 갈고 닦고 있는 그는 깐깐하기로 소문난 덕후 판정단에게 46표라는 지금껏 최고기록과 동률의 표를 얻었다. 아쉽게도 ‘덕려금’ 수령에는 실패했지만, 그 능력과 열정만큼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하기에 충분했다.

‘일상’을 ‘특별’함으로 채워나가고 있는 다양한 능력자들의 출연으로 시선몰이에 나선 MBC의 신개념 프로그램 <능력자들>. 앞으로 어떤 다채로운 분야의 숨어있던 리얼 능력자들이 <능력자들>을 반짝이게 할지 기대가 크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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