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은 인터뷰할 때도 침착했다. 그리고 겸손했다. 마치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속 유정 선배처럼 차분하게 답했다. 그러다 혹시 섬뜩하게 나오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방긋’ 하고 웃었다.
박해진은 ‘치인트’에서 기존 멜로드라마의 전형적인 남자주인공과는 다른 유정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달달한 모습과 섬뜩한 모습, 일반유정과 다크유정이라는 극과 극의 이중적 모습을 연기하며 호평받고 있다.
“연기하는 게 재밌다. 멜로는 뻔할 수밖에 없는데 뻔함 속에 다른 멜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재밌다.”
박해진은 “흔한 캔디, 뻔하디 뻔한 백마 탄 왕자, 현실에는 없는데 한 여자에게만 잘해주는 남자를 시청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서 “유정 캐릭터는 백마 탄 왕자의 틀만 가지고 온 것이다. 백마는 맞는데 좀 이상하다. 과연 홍설을 좋아하는 것인가, 데리고 노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한다.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설렘과 두근거림 외에도 스릴러적 긴장감이 생기는 것도 유정의 상반된 속성때문이다.
“유정은 아버지의 억압속에 자라 아픔과 상처를 몸속에 지니고 있다. 분노조절장애를 지닌 아버지가 그 습성이 대물림 될까봐 유정을 감정을 억누르게끔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유정이 달콤한 미소로 자신을 숨긴 채 주위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해 원하는 걸 얻어낼 때도 그것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없다.”
유정은 같은 얼굴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이런 어려운 캐릭터를 박해진은 어떻게 연기할까?
“쉽지 않은 캐릭터지만 표정은 그때그때 집중한다. 레벨 자체를 미리 정하지는 않고, 감정과 느낌을 중시한다. 달달한 모습이 살아나려면 훨씬 더 섬뜩해야 한다. 이렇게 두 가지 버전으로 촬영해 일반유정과 다크유정을 붙여본다.”
박해진은 홍설(김고은)과의 ‘케미’가 신선하다. 실제로도 화려한 듯 하면서도 수수한 김고은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했다.
“김고은에게 제기된 캐스팅 우려가 첫방송만에 사라졌다. 고은이는 유연하고 잘하는 친구고 자유롭다. 드라마를 해보지 못해 그럴수 있지만 앵글을 넓게 쓸 줄도 알고, 예쁘게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홍설이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고은이가 눈빛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대학 복학생을 맡고 있는 박해진은 친구로 나오는 서강준(백인호)과는 10살, 후배로 나오는 남주혁(권은택)과는 11살 차이가 난다. 박해진은 “저 나이에 무슨 대학생이라는 반응이 별로 없어 다행이다”면서 “강준과 주혁은 예쁜 동생들이다. 남자인데 저렇게 예쁠 수가 있나 싶다. 뉘집 자식들인지 참 잘났다”고 말했다.
박해진은 “유정의 남자들과의 소통은 필요와 목적에 의한 관계만은 아니다. 그런데 유정이 이를 오판하기도 하면서 더 많은 외로움을 느끼는 캐릭터다”면서 “홍설을 통해, 또 백인호 등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유정이 성장하는 모습을 잘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