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하고 청초한 모습없어 당황하셨어요?

23일 개봉 영화 ‘비밀은 없다’ 열연 손예진
딸 잃은 엄마이자 국회의원 후보 아내 ‘연홍’役
괜찮은 척하다 폭발하고 폭주하는 캐릭터 소화
“청순한 멜로 이미지 벗고 새로운 모습 늘 노력
더 경험 쌓이면 영화 연출·제작도 하고 싶어”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 불안함에 잔뜩 경직된 미간과 붉게 충혈된 눈, 핏기없는 얼굴…. 23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은 없다’ 포스터 속 손예진(34)의 얼굴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의 이런 얼굴에 관객은 당혹감을 느낀다. 그동안 봐 왔던 손예진의 청순하고, 청초하고, 가끔은 여우 같고, 고상하기도 한 얼굴은 온데간데없다. 그에게도 스크린에 보이는 새 얼굴이 적잖이 당혹스러웠나 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 않았어요?”

중학생 딸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이자, 유력 국회의원 후보의 아내라는 복잡한 속내를 연기해야 했다. 속은 한없이 타들어가는데, 밖에 비치는 모습에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그래서 괜찮은 척하다가 곧 폭발하고 폭주해 버리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분노와 혐오하는 표정은, 제가 봐도 이상한 표정이었어요. 영화 중반부터는 이제까지 작품에서 제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얼굴이었던 것 같아요.”

꽤 큰 폭으로 변신을 꾀한 그, 두려움은 없었을까. “변신에 대한 두려움도, 앞으로 난 이런 배우가 되어야겠다 하는 목표도 없다”고 했다.

“시나리오들이 들어오면 전작과 비슷한 걸 고르게 되지는 않죠. 안 해 본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나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생기는 거고요. 또 작품 선택의 폭이 점점 넓어지기 때문에 대중들이 ‘변신’으로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2000년대 초반 ‘청순=손예진’으로 굳어진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작업의 정석’(2005)이었다. 이전과 이후는 ‘연애소설’(2002), ‘클래식’(2003),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 등의 ‘청춘 멜로’와 ‘연애시대’(2006ㆍSBS), ‘백야행’(2009),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등 성숙한 멜로나 장르물로 갈린다.

“청순한 멜로 이미지를 갖고 가려면 더 갖고 갈 수 있었죠. 그런데 ‘작업의 정석’을 하면서 많이 깨졌어요. 그때부터 제 마음이 아주 열려 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도 나이 서른넷에 ‘중학생 아이를 둔 엄마’의 모성 연기를 하기에는 부담이 컸을 법도 하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의 삶의 애환과 모성이 중심이 되는 영화였다면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영화는 전형적인 모성과는 다른 이야기니까요.”

그의 말 그대로다. 영화 ‘비밀은 없다’는 아이가 사라진 엄마의 이야기라고 포장되어 있지만, 중학생 딸의 학교생활, 정치판의 비인간적인 모습, 미쳐가는 한 사람의 폭주 등 여러 이야기가 혼합돼 있다. 그래서인지 ‘연홍’이라는 캐릭터를 잡는 데도 혼돈이 뒤따랐다. 시나리오를 보고 준비했던 것들이 현장에서 깨어지기 일쑤였다. 촬영은 거의 ‘즉흥적’이었다고 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웃어야 되는 부분에서 운다거나, 울어야 되는 부분에서 웃는다거나. 연홍이 굉장히 불안정한 캐릭터로 설정됐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이경미 감독님 생각과 제 생각이 비슷해지면서 접점을 찾았죠.”

영화배우로 산지도 어느덧 십수 년. 직접 영화 연출이나 제작에 대한 욕심도 있다. 하지만 “좀 더 나중에”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 많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난 후에나 가능한 이야기”라며 “배우로 연차가 쌓일수록 ‘이 장면을 이렇게 찍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나 꿈을 꾼 것들, ‘이 꿈은 진짜 영화다’ 하는 게 많거든요. 좋은 원작도 많고, 시나리오 초기부터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긴 해요. 먼 미래에는 꼭 가능하다고 봐요.”

손예진의 차기 작품은 ‘덕혜옹주’. 8월 개봉한다. 역사 속 인물인 고종황제의 딸 덕혜옹주 역할이다.

“‘비밀은 없다’는 저에게 연기의 장을 열어 준, 제가 날뛸 수 있는 영화였다면, ‘덕혜옹주’는 잘해야만 하는 영화라 부담이 컸어요. 지금도 부담이 많이 되네요. 곧 또 만나요.”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