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후폭풍] 유통業 “선물세트 가격 내려라”, 한우協 “공직자 부패, 피해는 우리가”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지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합헌‘으로 결정났다. 이제 김영란법은 ‘3(만원 식사비)ㆍ5(만원 선물)ㆍ10(만원 경조사비)’의 원안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영란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5000억원 규모에 달했던 명절 선물세트 시장은 규모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지난해의 경우 설 가공식품 선물세트 매출은 약 4500억원, 추석은 5150억원 규모였다.


유통업계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영란법 시행은 추석 연휴가 지난 9월28일부터지만, 이번 추석은 김영란법 전 명절 선물 유통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이유통업계는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아직 선물세트를 구성하지 못한 업체들도 김영란법을 염두한 선물세트를 구성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편 고급 선물세트로 분류되는 한편 한우와 굴비 농민들은 큰 시름에 빠졌다.

유통업계는 이번 명절에는 기존보다 저렴한 선물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미 명절선물세트를 준비한 A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저가 선물세트를 20~30%물량을 늘렸다”며 “키위와 같은상품도 예전에는 24개 입이어서 5만원이 넘던 상품을 20개입으로 바꿔 가격을 10%정도 내렸다”고 했다. B 대형마트 측은 “대량으로 나가는 상품들은 5만원 이상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꼭 4만9000원 굴비세트가 된다는 법은 없지만, (5만원 미만으로) 선물세트가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흑돼지 같은 햄선물세트처럼 저렴하면서도 차별화된 가치를 담은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선물세트 시장규모가 업계의 전체 매출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농수산업계를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C 백화점 관계자는 ”설이나 추석이 대목이지만 (백화점) 전체 매출의 1%밖에 되지 않는다“라면서 ”한우농가는 다르다. 바이어들이 이번에 저가형 상품을 많이 선보이려 했는데 한우와 굴비는 절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D 홈쇼핑 측도 “전반적 소비위축은 있겠지만, 우리는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문제는 축산쪽이다. 축산은 5만원 미만으로 상품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축산 농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산 농수산물은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돼선 안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홍길 전국 한우협회장은 “청와대와 국회, 권익위를 찾아서 우리의 뜻을 이미 전했다”며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FTA(자유무역협정)이 체결돼가면서 20만 한우농가는 10만가구까지 줄었다”며 “한우가격도 천정부지로 솟았다. 이대로는 한우농가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우협회의 한 관계자는 “부패한 공직자와 언론인들 탓에 우리가 피해를 보는 격”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수협측 관계자도 “어민들은 김영란법이 되면 먹고살 것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다”며 “농업과 어업은 모두 연결돼 있어서, 굴비와 한우 농가가 폐업하게 되면 다른 농가들에도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했다.

29일 현재 국회에는 4건의 김영란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이중 3건은 농축수산물 등을 금품수수 금지 품목에서 제외하는 내용이다. ‘김영란법 찬성’을 외치고 나선 일부 국회의원들도 농ㆍ어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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