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교황에 “한반도 화해노력, 결실맺게 해달라”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교황청 특사인 김희중(70) 한국 천주교 주교회 의장을 통해 교황청에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다.

김희중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겸 광주대교구 교구장(대주교)은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화해ㆍ한반도 평화정책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친서를 교황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 대주교는 교황을 직접 만나 이같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그동안 한국과 한반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교황과 교황청에 사의도 표했다. 교황청은 그동안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콜롬비아 평화협정 타결 등에 중재역할을 하는 등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 및 세력 간 관계회복 및 화해에 기여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핵문제를 푸는 협상 등에 있어서 직접적인 중재역할을 부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대주교는 그러나 “친서에 남북 정상회담 등의 중재와 같은 구체적인 언급은 돼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 대주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방한 시 낮은 자세로 소외된 사람들과 약자들을 위로하고 성원한 것에 감사를 표하고,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새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대주교는 교황청에 대해 “국익에 민감한 여느 나라와는 달리 국익에 구애받지 않고, 보편적 정의, 세계 평화라는 대의에 따라 북핵 위기 해법을 조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며 문 대통령의 교황청 특사파견에 “북핵위기 해결을 위한 도덕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교황청 만한 곳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미국과 쿠바 국교 정상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부터 이뤄진 미국과 쿠바 정부 간 비밀 협상 과정에서 양측을 간 정치범 맞교환 협상을 조율해주고 미국과 쿠바 대표단을 초대해 협상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이후 2015년 5월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에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 대주교와 성염 전 바티칸 대사로 구성된 특사단은 우선 23일 파롤린 국무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24일쯤 프란치스코 교황과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회담하고 전날 아일랜드, 불가리아 대통령과의 면담이 미리 잡혀있는 것을 고려하면 24일 오후가 가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족과 위안부 할머니 등 사회적 약자를 따뜻히 보듬는 행보로 한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에도 한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평신도로부터 자생적으로 신앙이 전파된 것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과 한국인에게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왔고, 남북이 분단돼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와 안타까움을 종종 나타내왔다.

교황은 최근에는 지난 달 29일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명하며 외교적인 해법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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