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는 이미 5집 ‘모노크롬’(2013년)에서 자신을 내려놓은바 있다. 화려한 모습을 덜어냈다.
그 이전 이효리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다. ‘텐미닛’ ‘유고걸’ ‘치리치리 뱅뱅’ 등으로 당당함을 내세우며 잘 나갔지만, 더 이상 과한 콘셉트로 나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표절 시비도 있었다. 필연적으로 이효리는 내면으로 들어갔고, 소소한 주변관계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았다.
“4년전 ‘모노크롬’에서 어쿠스틱해졌다. 그 때는 곡들을 전부 작곡가에게 받았고 ‘미스코리아’ 한 곡만 내가 만들었다. 그때의 실험으로 안터뜨려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에는 수록곡 전곡(10곡)을 내가 작사했고, 8곡을 작곡했다.”
이효리는 1998년 핑클 멤버로 데뷔했다. 그 때와 19년 후 이효리 민박’에 나오는 ‘소길댁’ 이효리는 많이 변했다. 이효리는 “지금 모습이 나의 진짜 모습에 가깝다. 핑클 때에는 구분짓고 스스로 멀어져 연예인이 됐다면 제주에 살면서 나의 과거로 돌아온 느낌이다. 원래 이발소 집 딸로 손님에서 스스럼 없이 말을 걸었던 아이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트렌드세터였던 이효리가 지금도 여전히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 활동을 하지 않자 제주에서 초등학생들이 자신을 몰라보고 아이유가 자신보다 훨씬 유명하다고 했지만, 그의 삶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이효리의 삶은 압축 고도성장후에 우리가 지향함직한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은 허하고,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외로운 사람들이 어떤 삶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욜로, 슬로라이프, 미니멀리즘, 휘게(아늑함) 라이프, 요가, 명상 등이 유행하는 배경이다.
대문에서 차가 쭉 들어가는 이효리의 넓은 마당은 일반인에게는 비현실적이지만, 요가를 하고 차를 마시는 삶은 현실적이다. 이효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회식에도 빠짐 없이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걸 차기 트렌드로 제안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이효리의 이번 앨범에 대한 평가에 호불호가 있지만, 이효리는 자기 얘기를 하는 아티스트로 출발 단계에 섰고,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해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텐미닛’을 부르던 이효리가 인위적인 트렌드세터였다면 제주에서 덜어냄의 삶을 사는 지금의 이효리는 훨씬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밋밋하다. 그는 어깨에 힘을 빼도 좋다. ‘진짜’를 원하는 리얼리티 시대에 ‘진짜 이효리’, ‘내추럴 이효리’가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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