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의 일상 속으로] 내 인생은 나의 것

나의 출생지는 여인의 자궁처럼 우묵하게 생긴 시커먼 동해시 묵호항구다. 크고 작은 어선들이 풍어기를 휘날리며 드나드는 선창가에 몸빼를 입고 앉아 쉴사이 없이 손놀림으로 타지역에서 흘러들어온 사연 많은 이방인. 삶의 칼날을 쥐고 생선의 배를 가르며 가슴 속에 뭉친 응어리진 한을 끄집어 내듯 숨가쁘게 헹구어 던진다. 묵호항구 골목마다 산등성에도 부끄럼 없이 벌거벗은 채로 물기를 걷어내며 태연히 행렬지어 몸매를 자랑한다. 황지 태백 장성 정동진에서 실어온 석탄을 컨베이어 벨트로 실어 일본으로 보낸다.

비가 올 때면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없이는 못산다. 밤이면 선술집 니나노 가락에 검은 모래밭에 누운 여인네는 파란 별빛을 안고 이글이글 불꽃없는 그림자로 검은 빛을 발하며 하얀 태반으로 하얀 웃음 웃는 곳이다 .

2015년 6월 일본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3기가 폭발해 매일 300톤의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갔으며 일본영토 70%가 방사능 오염됐다며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300년 동안 명태를 먹지 말라고 한다. 이미 미국 서해안까지 도착하여 그동안 먹어왔던 대구 농어 가자미 넙치 등에서 세슘 137과 스트론티움 90 등 방사능으로 오염됐다고 한다. 스트론티움 90은 사람의 뼈에 쌓이게 되어 골암과 백혈병같은 혈액암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방사능이 물고기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심해서 알래스카의 연어와 청어 캐나다 흰생선 등이 종양이 가득하고 피투성이된 채로 발견돼 분해 조직 검사를 한 결과 세슘이 검출됐다고 한다. 일본 방사능이 흘러간 곳은 북태평양이고 참치캔에 들어가는 참치는 남태평양산이라 한다.

어릴 때부터 우리집 밥상엔 생선이 늘 올랐다. 어머님이 포목장사를 오래한 관계로 풍어기를 만드는 오광목 등을 선주들이 사들이기에 생선이 갖가지 종류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푸득 푸득 말린 잔가자미를 양념 고추장을 발라 구운 것을 두마리씩 사형제가 배당받아 뜯어 먹으면 밥한그릇 뚝딱 해치운다. 생대구나 명태에 고니와 알에 무를 넣어 끓인 매운탕 시원한 맛은 꿈에도 잊지못할 식탁의 추억이다.

입맛이 텁텁하여 냉장고를 열고 저녁 거리로 간고등어를 꺼냈다.

고등어는 입 꾹다물고

갈매기 소리 하나지우고 누워 있었다

자신의 죽음이 구워지고 졸여지는

용서하고 또 용서한다

뱃속의 소금기에서 끈질기게

귀 기울이는 바다

배는 갈라져 있어도

바다는 새어 나오지 않았다

조각 조각 떨어져

바다가 열린다 – 자작시 <고등어>

밥 숟가락 놓고 비로소 오늘의 피로가 풀리며 향수에 젖는다.

김익중 교수가 방사능으로 아무리 겁을 주어도 30년, 50년 돼야 몸속에 왁진 현상이 일어난다 하니 그때는 그때이고 지금 미리 겁 먹을 필요 없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이 몸 잘 먹은 귀신 때깔도 곱다는 말도 있다 한다. 특히 생선회라면 자다가도 벌떡 깨어나고 멀리서라도 어떤 경우라도 먹고 만다.

모듬회

저것들은 누구의 시신들인가

푸르른 어리고 어린 몸들이 난도질되어

접시로 올려진 것일까

바람 속에 내던져진 푸른 바다의 신음

초산 냄새를 풍기며 사이 사이 적셔져

입맛을 내는

게걸스러움이여

욕망으로 충족돼 가는 저들의 주검은

더 없는 삶인가

뼈마디까지 낱낱이 드러내는

너의 살이 내 살이 돼가는

오랜 죽음의 방식이 한입으로 씹히어 가는

입놀림

바다의 산 자들이 대대로 번뇌하며

육지로 가는

천형의 축제인가 보다 – 자작시 <모듬회>

전 세계 원전 460기에서 노후 원전만 해도 200기가 넘는다 한다. 우리나라 원전만 해도 40기가 넘어선다 한다. 구 소련 체르노빌과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나 세계 원전에 관한 과학기술이 좀 더 세분해 보강하는 확고한 기술이 세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300년동안 원전방사능 폐기물이 보관된 방 폐장 콘크리트가 금이가 새어나가는 유출로 지하수 오염이 될 위험 요소가 있다는 의과대학 교수이자 탈핵 운동가의 말이 또 들린다.그래도 나의 식도락을 멈추게 할 수 없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 말이다.

이상태(핸디맨)

이상태/시인·핸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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