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은 때로는 고상하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밝히지만 드라마 내용 전개는 딱 이런 식이다. 한마디로 유치한 사랑싸움이다. ‘사랑의 온도’에서도 정우는 정선에게 “남녀 치정은 이런 거야. 싸워서 이겨”라는 대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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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은 현수의 사랑을 가졌다. 전투력은 약하다. 반면 정우는 힘(돈)과 사업가로서의 승부 기질과 쟁취 기질을 가졌다.
권위 의식이 없는 멋있는 어른으로 그려지는 현수의 엄마도 정선보다는 정우를 사윗감으로 민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맺어질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이미 나와있다. 결국 정우는 사랑 빼고 모든 걸 다 가진 남자가 돼간다.(아, 우정도 잃을 수 있다)
보자. 31일 방송에서 온정선은 완전히 바닥으로 갔다. 자신이 설계한 레스토랑 ‘굿 스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산으로 받은 토지를 저당잡혀 투자자 박정우의 돈을 빼게 했지만, 자신의 엄마가 박정우에게 돈을 빌린 사실을 알게됐다. 상황은 점점 자신을 옥죄며 들어온다.
이에 온정선이 분노와 오열로 힘들어하자 현수는 과속으로 자전거를 몰고와 백허그를 하며 “우리 같이 살자”라고 말했다.
이들 삼각관계의 그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정우가 승산이 없음을 알고 물러난다고 치자. 그렇다면 정우 캐릭터는 또 한번의 변질 내지 변형이 불가피하다. 멋있고 배려할 줄 알고 성숙했던 어른 남자 정우는 사랑싸움에 들어가면서 갑자기 집착남, 민폐남, 심지어 또라이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정선과 현수의 능력을 믿고 도와주던 형과 대표님으로서의 캐릭터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캐릭터와는 또 다른 신파적 인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고 정우가 물러서지 않고 더욱 돌진하면다면 그야말로 지저분한 사랑전쟁이 된다. ‘사랑과 전쟁’이다. 정우는 돈으로 계속 정선을 흔들 것이다. 이 사랑싸움에 타협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되면 현수가 정우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아저씨 젊잖고 멋있는 남자인줄 알았는데(대표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한다는 말도 했으니까) 완전 짜증이야” 정도가 될 것이다. “당신이 아무리 정선을 힘들게 해도 우리 둘은 더 단단해져요”라는 말도 곁들일 것이다. 물론 작가는 이 정서를 훨씬 더 세련되고 고상한 워딩으로 표현하겠지만, 박정우를 정선-현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도구 캐릭터로 사용하는 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이런 구도로 진입하기 전 많은 걱정과 우려를 표시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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