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의 일상 속으로] 싱글아파트의 고독

외로움은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채워줄 수 없다. 오히려 절망이 아니라 기회라 여기면서 즐기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싱글아파트에는 32세대가 있다. 그 중에 남자는 11명, 나머지는 여자다. 혼자 사는 우리는 얼마나 외로울까라고 여길지 모르겠다. 슈바이처는 “한 데 모여 북적대며 살고 있어도 우리는 너무나 고독해서 죽어가고 있다”라고 했다. 그 고독은 음악을 들으며 콘서트에서 다같이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격렬한 춤동작은 단지 고독에서 털어내는 몸짓일 뿐이다. 그저 안그런 척하는 것이다.

이웃 중에 무허가 택시운전으로 먹고 사는 사내가 있다. 영주권을 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서 약속된 돈을 다 주지 않았다고 툭하면 누군가와 다투기 일쑤다. 다른 한 이웃 남자는 열심히 신문배달을 한다. 윗층 여인은 암으로 얼마전에 세상을 떴다. 또 한 사내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젊은 여자와 살았다.얼마전 여자는 기도원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는 매주 <주간헤럴드>에 실리는 내 칼럼을 좋아한다고 늘 칭찬해준다. 아파트를 드나들다 안면이 생긴 어떤 여인네는 라스베가스에 있다고 놀러오라해서 찾아갔더니 이혼 위자료로 받은 5만달러를 바카라 게임으로 다 날렸다 한다. 별 수 없이 갬블하러온 남자들을 호텔방으로 끌어들이는 짓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호텔에서 쫓겨났다. 다른 호텔로 옮겨 싱글인 나를 생각해내고 불러들인 것이다. 하도 사정이 딱하고 가여워 밀린 호텔비와 전당포에 맡겨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찾아줬다. 손가락에서 담배가 떨어지는 시간이 없을 만큼 왕골초여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똥 밟았구나 여기고 좋은 일 한 셈치자하고 서둘러 라스베가스를 떠나 돌아와버렸다. 고백하건대 두어차례 더 싱글이된 여인네들과 어울리며 돈을 써본 적이 있다. 홀아비는 이가 서말이고 과부는 쌀이 서말이라는 옛말이 딱 맞는다.

이 세상에서 혼자 살려면 신이 되든가 짐승이 되든가,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한다며 천재로 혼자 고독하게 사는 것보다 보통사람으로 무지한 척 사는 것이 위대한 지혜라고 말한 선인도 있다.

나는 고독을 모면할 평안을 얻기 위해 일터에서 봉사 차원이랄 수 밖에 없는 헐값에 집수리를 해준다. 노동으로 땀을 뒤집어 쓰는 편이 낫지 평안과 만족을 얻으려고 불미한 일에 발을 들이미는 짓은 더이상 하지 않으려 한다 .

한밤중 죽은 구름에서 뱉어내는

장대비

싱글 아파트 건물에 퍼붓는다

길 밖으로 모든 게 흘러 내려간다

클립처럼 구부러진

내 가족 내 흔적

헛 살아 온듯

나홀로 물속 사막길을 걷는다

참으로 멀리 떠 내려와 살았다

쓸데 없는 것으로 연연하면서

질질 끌고 왔는지

게걸스럽게 주워 담던

사랑 이라는거

변기통에 쓸어 내리고 보니

헐렁하게 허물어진

야 밤이다 .

- 자작시 <물속에 사막을 걷는>

인간에게는 고독이란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영혼의 갈증을 해소시키기도 하고 내게 유익하던,그렇지 않던 간에 그 경험으로 통하여 진실을 얻을 수 있으며 내게 생기는 불미스러운 사건들 때문에 인생의 밑바닥까지 흔들릴 때 나를 안정시켜주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인간은 일에 몰두할 때가 행복하며 최대의 공포는 가난 중에 가난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도 없이 혼자 살아도 좀 넉넉할 때 혼자 살기가 수월하다. 일정한 거리 없이 사람관계를 가질 수 있으니 내 곁에 착실한 사람이 없기에 외로운 것이다.

이상태(핸디맨)

이상태/시인·핸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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