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한국연예산업을 보는 해외매체의 견강부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가 한국의 연예산업을 헝거 게임 같다고 했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메인보컬 종현의 극단적 선택을 놓고 한국의 연예산업이 잔혹할 정도로 강한 경쟁과 압박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외국인이 보기에 한국 연예산업이 독특한 아이돌 그룹의 양성, 유지 시스템으로 여겨지겠지만, 종현의 죽음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견강부회 또는 논리의 비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식으로 본다면 한국의 대부분의 직장이나 학교 등을 포함해 헝거게임이 아닌 곳이 어디있을까. 


종현의 극단적 선택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과 소속사(직장)와의 관계, 팬덤과 대중들과의 소통체계에서 생긴 갈등과 혼란이 몇대 몇으로 작용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종현의 유서를 통해 그를 죽음으로 이르게 한 원인을 대충 짐작하고 유추할 뿐이다.

연예산업이 얼마나 그에게 많은 프레셔를 가했는지 알기 어렵다. 이는 사안을 받아들이는 민감성에도 차이가 있듯 개인차도 있다.

오히려 지금 연예산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당장 해결되기 힘든 전체, 또는 구조를 섣불리 규정하기 보다는, 종현 처럼 힘들어하는 연예인에 대한 구체적 관심이다. 종현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뒤늦게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사회가 역동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극이 적거나 미세한 이야기에는 눈 돌릴 겨를과 여유가 없거나 그런 상황에 대한 내성이 길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돌 멤버인 정은지가 JTBC 금토드라마 ‘언터처블’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해 중요한 말을 했다.

“더 무서운 것은 제 주변 동료들도 종현 선배님의 유서 내용에 대해 많이 공감을 하더라. 우울이라는 감정과, 그 감정에 스스로 갉아먹히는 기분이라는 것이 공감된다는 동료들을 보면서 ‘혹시’라는 생각이 들면서 많이 무서웠다.”

정은지 한 사람이 아이돌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그가 드러낸 사실과 정서는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이다.

종현이 지난 4월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워 발표한 ‘Op.2’에는 ‘놓아줘(Let me out)’ 등에 속마음을 털어놓은 듯한 민감한 가사들이 눈에 띈다. 위로, 사랑, 외로움, 쓸쓸함의 감정이 묻어나있다.

‘세상에 지친 날 누가 좀 제발 안아줘/(중략)힘들어하는 날 제발 먼저 눈치채줘’라는 가사에도 둔감하지 않아야 건강한 연예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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