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국내 청년과학자들, ‘갑질 연구문화’에 큰 어려움 느껴

- 한국연구재단 청년과학자 설문조사, 2329명 중 242명 애로 호소
- 연구문화 개선위한 연구과제 지원, 학생 인권센터 설치 등 필요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과학기술계를 이끌어나갈 이공계 대학생들이 지도 교수의 우월적지위에서 나오는 ‘갑질’을 비롯한 불편한 연구실 문화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연구재단이 국내 이공분야 석ㆍ박사 등 청년과학자 23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4%인 242명이 불편한 연구실 문화와 관련된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서 8개 유형으로 분류한 불편한 연구실 문화는 ▷열정페이형 ▷워라밸파괴형 ▷무관심·방임형 ▷교수재량 남용형 ▷인격무시·강압형 ▷연구윤리 위반형 ▷과도한 잡무 요구형 ▷기타 유형 등이다.

청년과학자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을 사례별로 살펴보면 ▷낮은 급여 및 수당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 등 경제관련 어려움 ▷행정적 업무 과다 및 불합리한 연구비 처리 비중 등 연구수행 어려움 ▷교수의 우월적 지위와 연구실 문화에 대한 어려움 ▷전공관련 일자리 부족과 환경변화에 따른 불안감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이들 유형 중 가장 높은 응답은 교수재량 남용형이 18.8%, 무관심·방임형 16.3%, 열정페이형 16.0%, 워라밸파괴형 14.9% 순이었다. 부적절한 연구비 사용이나 관련 처리를 요구하는 연구윤리 위반형도 10.8%에 달했다.

여성은 워라밸파괴형(18.2%)과 교수재량 남용형(18.2%)에 대한 응답이 높았고, 남성은 교수재량 남용형(19.0%)과 무관심·방임형(16.9%)이 많다고 응답했다.

전공별로는 공학과 생명과학계열에서 무관심·방임형과 교수재량 남용형이, 자연과학에선 워라밸파괴형과 열정페이형 등에 대한 응답 비중이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청년과학자는 “대학원생은 학생과 직장인 사이의 애매한 위치로 밤 12시 퇴근은 기본이고 주말 근무, 야근 수당도 없이 휴가도 교수 재량으로 정해진다”면서 “휴식 및 자유활동 시간이 부족해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같은 연구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청년과학자들이 도전적인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과제 테뉴어 제도’, ‘소액의 박사과정 연구원 지원 사업’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또 이들이 불편해하는 소위 갑질 연구문화 개선을 위해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학생인권센터를 설치해 연구실 문화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팀장은 “대학이 산학협력단 연구비 관리 전문행정인력 채용을 확대해 대학생들의 행정 부담을 줄여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