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받는 신도시는 옛말?…사회적 갈등 집합체로

‘입지적 우위성’…기존 신도시 불안감

과거보다 주민 요구수준 강화

기존 신도시 연결성 강화·주민설득 대책 등

3기 신도시 입지로 선정된 고양 창릉[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새로 생기는 수도권 신도시가 해당 지역의 최대 골칫꺼리로 취급받고 있다. 인근 기존 도시가 이미 공급과잉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어서 신도시 지정이 집값 하락 추세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때문이다. 과거 1, 2기 신도시 지정때 지역의 최대 개발 호재로 환영받던 것과는 양상이 달라졌다.

정부가 지난 7일 경기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하면서 기존 1, 2기 신도시 주민들은 불만이 크다.

일산 주민들은 고양 창릉지구 지정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한다. 일산서구 주민모임은 입장문을 통해 “3기 신도시 발표로 일산 주민들이 충격을 받았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다 일산이 K.O 당했다”며 “정부가 계획한 서부선 전철은 3기 신도시 입주로 피해가 예상되는 일산은 전혀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산은 개발 호재가 별로 없고, 아파트·기반시설 노후화가 심각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일산동구·서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1.90%, 3.2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0.27% 올랐다.

2기 신도시의 불안감도 적지 않다. 인천 검단신도시는 3기 신도시로 먼저 발표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의 영향으로 미분양이 급속히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인천 미분양 물량(2454가구)의 56%가 검단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에 몰렸다. 검단신도시와 직선거리로 10㎞ 내 있는 부천 대장지구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미분양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근 신도시가 환영의 대상이 아니라, 우려의 대상이 된 것은 기존 신도시의 ‘박탈감’이 바탕에 있다고 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보편적으로 생각해보면 입지적으로 1기 뒤로 2기, 3기가 차례로 조성돼야 할 것 같은데 1, 2기는 서울에서 멀리 있는 데다가 인프라 사업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이라며 “1기는 리모델링을, 2기는 이제 지어서 살아야 하는 단계인데 입지적 우위성을 가진 신도시의 등장은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재건축시장이 다 묶여 있기 때문에 1기 신도시는 사실상 탈출구가 없다”고 했다.

신도시 공급 효과에 대한 의문도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당초 의도한 바와 달리 서울주택 수요를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만 커진다는 시각이다. 3기 신도시는 시·군·구 지역주민과 해당 광역단체 거주자에 50%를 우선 배정하는 지역우선공급제도에 따라 외지인의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일산에서는 노후주택 교체 수요가 있지만, 신도시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 교수는 “신도시에서 분양하거나 공공택지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국민주택 규모 이하일 경우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분양해야 한다. 나머지 25%가 무주택자에서 떨어진 이들과 1주택자가 경쟁을 해야 한다”며 “일산 사람들이 신도시에 분양받을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는데 이것도 불만의 일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신도시 내부에서도 보상문제에 따라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과거보다 주민의 요구수준이 강화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덕례 실장은 “과거에는 신도시에 따른 파급 효과,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있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떻게 피해를 덜 보느냐도 관건”이라며 “정부가 한다면 단순히 수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주민의 요구 수준이 달라졌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 완화책으로는 도로교통망 등 기존 신도시와 연결성 강화 및 재건축·리모델링 활성화 대책, 지자체의 주민설득 역할 강화 등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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