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에 소극적인 물물교환이 더해져 유지되던 생활은 인구의 급증 및 거주지 확대에 따라 ‘신용’과 ‘통화’를 중심으로 한 경제 시스템으로 급격하게 확장됐다.
세계적인 미래금융학자 브렛 킹은 자신의 저서 ‘핀테크전쟁’을 통해 인터넷 금융의 발전으로 기존 은행 지점의 70~80% 가 오는 2025년까지 사라지고 은행업과 보험 등 기타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혁명이 다가올 것으로 예언했다. 미주헤럴드경제 창간 14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과 로봇, 빅데이터 그리고 사물인터넷 등이 가져온 금융 혁명이 약 10여년 후 한인 은행의 미래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지 예상해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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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어느 여름 LA 한인타운. 직장인 최 모씨는 출근 길에 무인 은행지점을 방문한다. 이 지점은 이른바 스마트 컨시어지(Advanced concierge)를 통해 고객들에게 ATM과 같은 단순 업무는 물론 필요에 따라 비디오 원격 상담 등을 통해 모기지, 재무 설계 등 기존 지점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 방문없이 웹사이트와 앱을 이용해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비대면 계좌 서비스가 일반화 된 것에 이어 어느 새 무인 지점도 보편화 된 것이다.최 씨는 “직원과 만나거나 장시간 대기할 필요도 없고 태블릿을 통해 업무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라며 “맛있는 커피를 한잔 내려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얼마전 집을 구입할 때도 지점이 아닌 이 은행의 인터넷은행 인공지능(AI) 상담원을 이용했다. AI는 은행이 가진 최 씨의 기본 정보와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확보한 관련 정보를 통해 최씨의 기본 성향은 물론 재정상태, 그리고 각종 대금 등을 연체한 기록이 없다는 것을 파악했고 A등급을 부여했다. 최 씨는 이 은행의 인공지능을 통해 불과 수일 만에 단 한번의 지점 방문이나 대인 면담 없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택 구매를 마칠 수 있었다.
다수의 은행에서 활용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평소 해외 출장이 잦은 한인 양 모 씨는 더 이상 지점을 들르거나 공항 환전소를 이용하지 않는다. 양 씨는 출장에 오르기 전 은행 앱으로 외화 환전을 신청한다. 이후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인근 지점의 드라이브 스루 기계를 찾아 예약 번호를 입력하고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쳐 바로 돈을 수령한다. 환전, 인증 그리고 수령까지 실제 걸린 시간은 채 10여분도 되지 않는다. 양 씨가 방문한 지점 역시 직원 없이 운영되는 무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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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주머니 사정을 관리하는 서비스도 이젠 새것이 아니다. 평소 소비 패턴을 넘긴 지출이 이루어지면 바로 문자 경고 메시지가 배달된다. 소비가 커질 수록 추가 메시지가 오기 때문에 충동 소비를 자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 고객의 수입 증가 및 감소에 따라 다양한 금융 상품을 추천해주고 여기에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크레딧 관리는 물론 개인신용 등급 관리를 위한 다양한 팁을 제시한다.
현금이 전혀 필요 없는 사회도 바로 코 앞까지 다가 왔다.
은행의 앱을 통해 사실상 모든 금융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현금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미 정부가 여권과 운전면허증 등의 신분증 디지털화를 승인,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됐다. 현금 사용이 가능한 것은 거리에 설치된 유로 공중 화장실 정도 뿐이다. 스웨덴처럼 노숙자들까지 현금을 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송금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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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은행들의 젖줄인 스몰 비즈니스와 중소기업 고객을 위한 전문 플랫폼도 정착했다.한인은행들이 앞다투어 출시한 이 플랫폼은 중소기업 뱅킹, 재무관리, 일대일 상담, 결제 등 뱅킹 서비스를 제공한다.몇 년 전만 해도 중소기업 관련 뱅킹은 복잡한 거래 구조, 다양한 고객의 요구, 인력 중심적 구조 등으로 인해 디지털화가 타 분야에 비해 뒤처져 왔다. 하지만 새롭게 도입된 플랫폼은 전문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중소 기업 및 스몰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 대출을 시작으로 기업간 거래를 위한 대출 지원, 온라인 인보이스 등을 포함한 중소기업 전용 회계 프로그램 등의 기능을 추가하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특히 각종 기기 사용에 능한 신세대 기업인들에게 더욱 평가가 높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