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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출이 아닌 기후변화가 제 2의 부동산경기침체를 불어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 제기됐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사태를 예견, 8000만달러 이상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피해 명성을 얻은 투자분석가 데이빗 버트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미 부동산 시장의 붕괴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제전문 미디어 마켓워치는 버트가 온라인 매체 ‘바이스(Vice)’와 가진 인터뷰를 인용, “기후 변화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고 내륙이 침수하고 있다”라며 “현재 부동산 시장은 이같은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건설해서 대출하고 매매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미 부동산 시장 위험성은 지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버트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해안 도시에 위치한 31만채 이상의 주택이 600억~10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 대출을 안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30년안에 대단위 침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저지,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그리고 메릴랜드,텍사스 등 위험 지역에 속해 있다.
버트 는 침수 위험 지역 대부분이 인구 밀도가 높거나 생산성이 낮은 은퇴자 밀집 도시에 몰려 있다며 이들 지역에 침수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를 복구하기까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침수 위험에도 매년 감소하는 보험가입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주택 침수 등 자연재해와 관련된 조항을 포함하는 보험가입율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곧 이들 지역에 침수가 발생할 경우 모기지 채무불이행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버트는 2007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 당시 콘웰 캐피탈이라는 투자회사에 연봉 60만달러로 채용돼 월스트릿의 스브프라임 투자와 반대방향으로 투자전략을 실행해 회사에 무려 8천만달러의 수익을 안겨줬다. 버트의 이같은 스토리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빅 쇼트(Big Short)’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편 국책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의 숀 베케티 수석경제학자도 기후 변화의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다.
베케티는 ”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가 주택의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혼란은 느리게 진행될 수 있지만 그 위험성은 모기지 연체 등에 비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모기지 연체와 차압의 경우 주택 자체는 유지되기 때문에 매매와 매입 등을 통해 손실을 메울 수 있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홍수나 침수의 경우 주택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