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실행가능성 따지는 채권단…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매각까지 압박

[헤럴드경제 정순식·김성훈 기자] 두산중공업에 대한 자구안의 핵심 변수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매각안이 부상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정밀 검증에 돌입한 채권단은 자구인 이행의 최후 보루로 두산의 핵심 계열사의 매각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내부 입장을 지닌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구안 확정을 두고 채권단과 두산그룹 간의 신경전이 점차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13일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한 정밀 검증에 돌입한 채권단은 두산측이 제시한 매각 및 유동화 자산의 시장 가치와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 받은 두산중공업은 물론, 그룹과 대주주 보유 자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미 금융권의 선순위 담보들로 잡혀 있는 데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자산 매각시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1조원의 긴급 자금 지원에 담보로 들어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나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두산 주식 대부분이 이미 주식 담보 대출의 담보로 잡혀 채권단은 후순위 질권을 설정하는 데 그친 바 있다.

채권단은 특히 두산그룹이 자구안의 이행 주체를 그룹 및 대주주와 두산중공업으로 구분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과 대주주는 주력 자회사의 부실에 대한 소정의 책임 이행을, 자금을 지원 받은 두산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의 주체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전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두산그룹과 대주주는 책임경영을 이행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했고, 두산중공업 또한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매각 또한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한 검토의 주어가 두산중공업인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채권단은 두산 그룹과 대주주가 지원과 사재 출연의 대상을 두산솔루스의 매각과 임원들의 급여 반납으로 한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채권단은 결국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의 실체가 아직 미실현된 계획에 불과한 만큼, 자구안 불발 가능성 또한 상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매수자 측과 가격 이견으로 불발된 두산솔루스의 경우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두산그룹이 목표로 한 금액의 회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앞서 채권단은 자구안 접수 이후 구체적인 검토 기준을 밝히면서도 “자구안 타당성과 실행가능성, 구조조정 원칙 부합여부, 채권단의 자금지원 부담과 상환 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자산의 현금화”라며 “매각을 한다고 해도 실제 현금 순유입액이 낮다면 제대로 된 자구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에 자구인 이행이 부진하거나 불발될 경우 두산그룹이 핵심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에 대한 매각까지 각오해야한다는 입장을 자구안에 담는 방안을 두산그룹과 협의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단이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구안을 요구한다면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밥캣까지도 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하지만 두 계열회사에 대해선 두산 입장에서는 최후 순위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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