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서 플랜트로…덕광重 ‘대박 업데이트’

덕광중공업이 참여한 고성하이화력발전소 전기전자동 건설 모습. [덕광중공업 제공]

중소기업이 본업을 바꾸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자금과 인적, 물적 자원의 한계 탓이다. 때문에 창업 이후 성장세를 구가하다가도 경기여건이나 산업 트렌드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순식간에 문을 닫는 중소기업들이 허다한 게 현실이다.

건설 플랜트 제조업체인 덕광중공업(대표 이상석)도 여타 중소기업과 같은 길을 걸을 뻔 했다. 하지만 과감한 업종전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의 재도약을 이뤄내 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경남 고성군에 본사를 둔 덕광중공업은 대형선박 구조물, 블록조립과 중·소형 선박 제작을 주력 사업으로 2001년 설립됐다. 창립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국내 조선산업 활황시대에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업체와 거래를 이어가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2015년 조선업 위기가 닥치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글로벌 경기 위축에 중국의 저가공세가 국내 조선산업이 휘청이며 덕광중공업도 유탄을 피할 수 없었다. 한때 연 14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17년 113억원까지 곤두박질 쳤다.

덕광중공업은 이 때 회사의 명운을 건 베팅에 나섰다. 주력사업이던 선박제조, 조립 대신 건설 플랜트 산업에 진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여느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업에 진출하는 것은 만만치 않는 과정이었다.

플랜트 구조물 제작에 필요한 기계 설비를 기존 조선 기자재 생산설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어 관련 기술을 갖춘 인력과 관련 원자재를 발빠르게 확보, 건설 플랜트 제작 업체로 첫 발을 내딛었다.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2018년 10월 새 사업을 본격화한지 넉달만에 플랜트 관련 사업 4건, 170억 상당의 수주를 따냈다. 선박 관련 사업을 하던 때보다 더 많은 실적을 올렸다. 그 결과 조선 기자재 부문 사업의 매출 급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23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조선업 침체가 한창이던 2017년 연 매출 113억원의 2배 가까운 성장을 이뤘다. 직원 수도 같은 기간 37명에서 175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덕광중공업의 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울산 에쓰오일 생산설비, 경남 고성 하이화력발전소, 충남 신서천 화력발전소 등 굵직한 사업에 참여, 올해 250억원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박재영 덕광중공업 재경부 부장은 “현재 플랜트 사업과 선박 관련 사업의 매출 비중이 8:2에 달할 정도로 사업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며 “대형 건설사의 1.2차 협력사로도 실적을 인정받고 있어, 플랜트 사업 성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덕광중공업의 이같은 변신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의 조력이 있어 가능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중진공은 새로운 업종을 추가하거나 전환하려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전환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상 기업에게는 자금은 물론, 사업전환 계획 수립, 정보제공, 컨설팅 등을 아우르는 지원이 이뤄진다.

덕광중공업은 이 사업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다. 사업 전환을 추진하던 2018년 덕광중공업은 중진공으로부터 사업전환지원자금 3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자금은 기술인력과 원자재 구매에 필요한 급한 불을 끄는 데 투입돼 플랜트 사업 전환의 마중물이 됐다. 이 밖에도 덕광중공업은 중진공으로부터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성장기반자금 등 23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회사의 경영난을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편 중진공은 올 2월부터는 사업전환계획을 받을 경우 주력사업 매출액 30%이상의 요건을 폐지하며 기업부담을 완화했다. 또 승인 주체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중진공으로 일원화해 신속한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이 사업을 통해 1163개사가 4900억원의 사업전환자금을 지원받았다. 올해는 1600억원의 자금이 지원돼 역대 최대 규모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재훈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