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경찰 수사중 범죄 연루…“위법한 함정수사 아니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수사기관이 일부 개입해 보이스피싱 인출책에게 범행 기회를 제공한 것은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 (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의 수사협조자가 김씨에게 체크카드 수거 및 인출 제안하자 이에 응해 수수료율을 높이기 위한 협의를 한 점 등을 보면 수사기관이 일부 개입했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로 보이지는 않고, 이미 범죄 의사를 갖고 있던 김씨에게 범행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2019년 9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과 모집책을 구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자신의 텔레그램 아이디를 남겼다. 카페에서 만난 A씨로부터 체크카드 수거해 현금을 인출한 뒤 전달하는 역할을 제안 받았다. A씨는 그러나 실제로는 경찰의 수사협조자였다. 김씨는 A씨에게 작업 수수료율로 12~15%를 제안 받자, 20%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수수료율을 높였다.

김씨는 A씨 외에 다른 성명불상자의 요구를 받고 체크카드를 수거해 현금 2600만원을 인출한 뒤 성명불장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1심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지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에 비춰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피고인은 판시 범죄전력 기재와 같은 실형 전과로 누범 기간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숙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항소심에서 A씨가 경찰의 수사협조자로 자신을 체포할 목적으로 체크카드를 건네줬고 이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수사 기관이 일부 개입됐다 해도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로 보이지 않고 이미 범의를 가지고 있는 피고인에 대해 단순히 범행 기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형을 선고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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