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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은행이 2개 분기 연속 배당금을 줄였다. 한미은행의 지주사인 한미 파이낸셜은 2분기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주당 8센트의 현금 배당(10일까지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에게 31일 지급)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미은행은 1분기 주당 24센트, 2분기 주당 12센트, 3센트 주당 8센트로 불과 반년도 안돼 배당금을 1/3수준까지 인하했다. 4개 한인 상장은행 중 현금배당금을 줄인 것은 한미가 유일하며 타 은행은 기존 배당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미은행이 배당을 줄이는 것은 일견 당연한 조치다. 순익이 크게 줄고 주가마저 폭락하면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순익을 보자. 한미는 올해 1분기 전분기(308만달러, 주당 10센트)와 전년동기(1467만달러, 주당 48센트) 대비 각각 23.8%, 84% 감소한 235만달러(주당 8센트)의 순익에 그쳤다.
2분기의 경우 전분기 및 전년동기 대비 각각 290.4%, 245.40%나 늘어난 주당 30센트의 순익을 내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2분기의 부실대출로 발생한 순익 감소를 메우기에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실제 올해와 지난해 2분기의 누적 순익을 비교하면 2020년 1153만달러, 2019년 1733만달러로 33.5%나 감소했다.
결국 한미의 경영진은 현 수익 구조로는 이전 수준(주당 24센트)의 현금 배당이 어렵다고 판단, 배당금을 다시 한번 줄이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주가는 더욱 큰 문제다. 한미의 주식은 실적 발표 당일 9.15달러, 29일 9.53달러, 30일 9.20달러, 31일 9.23달러, 그리고 3일 9.53달러를 기록 중(평균 9.33달러)으로 지난 1년간 약 58%가량 폭락했다.
한미 측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과 새롭게 도입된 기대신용손실(Current Expected Credit Loss, 이하 CECL)에 따라 각종 예비금액을 늘려야 하는 상황을 고려, 앞으로도 분기별 실적에 따라 유기적으로 현금배당액수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한미의 배당액수 감소에 대해 대단히 과감한 조치를 내렸다고 평가한다.
모 한인 상장은행의 고위 간부는 “배당이란 말 그대로 회사가 영업을 잘해 남은 이익을 투자액만큼 나눠 받는 것임을 고려하면 그 액수는 당연히 조정될 수 있다”며 “하지만 한인은행의 경우 투자자들의 대다수가 안정적인 배당금 때문에 유입, 유지되고 있으며 은행 역시 그간 주가 변동 상황을 배당금 증액에 크게 반영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배당을 줄이는 것은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현금배당은 못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안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미은행의 한 주주도 “주가가 반등은 고사하고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임에도 매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매 분기별로 수익이 일정하게 들어오던 배당금 때문이었다”라며 “배당에 따른 수익이 급감한 지금 다른 한미은행의 주주들과 함께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선명한 비전과 출구전략이 없다면 무슨 방법으로 투자자를 잡아둘 수 있겠느냐”라며 “경영진이 일부 이사진을 제외한 다수의 주주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주주가 ‘소통’을 적극 강조한 것은 이유가 있다. 이 주주는 은퇴한 노광길 전 이사장이 주가 폭락 이전에 주식을 매각해 큰 수익을 거둔 것과 일부 이사들이 한미의 주식을 10달러 선에서 적극 매입하고 있는 점,그리고 이사들에게 주어진 2339주의 무상 주식 등을 예로 들며 내부 정보를 적극 활용해 은행이 어려운 가운데 자기들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최한승 기자
●…한미은행이 2개 분기 연속으로 배당금을 축소하자 타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전년동기 대비 대폭 감소/ 하락한 순익 및 주가를 고려하면 배당금을 줄이거나 일시 중단하고 싶지만 자사주 매입이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한 시점에서 배당마저 중단하면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한미를 제외한 한인 상장은행 관계자들은 에둘러 주주들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 주식 배당 중단 가능성을 묻는 주주에게는 말을 돌려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고 상대적으로 유연한 주주에게는 넌지시 배당 중단 가능성을 띄우면서 향후 배당에 변동이 생겼을 때의 반응이 어떨지 가늠해보고 있다.
한 은행의 재무 담당자는 “내부적으로는 한미가 이미 고양이 목을 방울을 달았고 연방준비제도(이하 Fed)도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 제한과 배당 인상 조치 금지를 발표한 만큼 배당금을 조금이나마 줄이거나 1~2개 분기 만이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라며 “단 아직도 주주들의 반발을 우려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만약 배당 중단 혹은 배당금 축소가 결정된다면 발표 이전에 대손충당금과 현금 보유 비중을 늘려야 하는 이유를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를 제외한 타 한인은행의 배당금 중단이나 축소는 올해 4분기 안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3분기 말까지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배당 축소 혹은 중단을 발표하고 연말과 내년의 경기에 따라 이를 유기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