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비 90%이상 미납…사태 더 커지면 사회문제된다

렌트간판

“정말 티끌까지 끌어 모아 버티는 겁니다”

소형 아파트와 렌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한인 양 모씨. 담배를 피워 무는 그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어둡다.

양 씨는 “세입자들 모두 짧으면 3년, 길면 10년 이상 거주하신 분들이예요.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사정을 잘 알죠. 그런데 저 역시 렌트비로 모기지와 관리비 그리고 세금 등을 충당합니다. 올 캐시로 건물을 사고 렌트비 몇 달 비어도 별일 아닐 수 있는 부자가 아니에요. 세입자의 실직 등으로 렌트비 납부가 늦어지거나 아예 줄어드니 이제 정말 버티기 힘들어요. 지금까지는 모아둔 돈으로 어떻게든 채웠는데 이제 한두 달이면 정말 그 돈도 끝이에요”라며 한숨지었다.

건물주를 위한 플랫폼 제공 업체 어베일(Avail)이 양 씨와 같은 2225명의 개인 건물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8월 기준, 세입자 3000명 이상) 세입자의 33% 가량이 월 페이먼트를 납부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25%에 비해 8%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연방인구조사국 센서스의 조사에 따르면 양 씨와 같은 개인투자자가 미 전역에 보유한 렌탈 매물은 2300만 유닛에 달하는데 이들 중 54%는 렌트비로 월 모기지 페이먼트와 세금 그리고 기타 관리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즉 세입자의 렌트비가 줄어들면 절반 이상의 건물주가 자금을 유통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렌트 주택 보유자의 약 33%가 은퇴 인구인 것을 고려하면 렌트비 감소의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건물주를 위한 마케팅 업체 어베일(Avail)의 집계 역시 세입자의 42%, 건물주의 35% 이상이 비상금을 털어 매월 렌트비와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베일 측은 “지난 3~5월 사이 전체 렌트비의 약 93%가 미납 혹은 연체됐다. 현재 약 절반에 달하는 건물주가 렌트비 유예나 일부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세입자와 협력하고 있지만 연방 및 각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다면 곧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렌트비 부족에 시달리는 건물주는 연방정부의 특별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government’s mortgage bailout program)은 건물주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모기지 페이먼트를 연장하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어베일의 설문에 참여한 건물주의 약 12%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렌트비 감소에 대한 고민은 대형 투자그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 전역의 대형 아파트 컴플렉스 소유주가 속해 있는 전국 다가구 주택 협의회(National Multifamily Housing Council·이하 NMHC)의 집계 또한 렌트비 완납 비율의 하락을 나타내고 있다. NMHC가 총 1140만 유닛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렌트비를 완납했거나 일부라도 납부한 비율은 90%로 전년동기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남가주 일대의 대형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대형 투자자의 경우 아무래도 개인투자자에 비해 자금력이 있어 일정 기간 이상 버티는 것이 가능하고 최악의 경우 전문 회계사나 변호사들을 고용해 법적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투자자들 역시 렌트비가 줄어들면 모기지 페이먼트와 관리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음달부터 내년 2월까지 렌트비 미납 등에 따른 강제 퇴거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가 미리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문제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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