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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융업계에서 ‘선구매 후결제 (Buy now, pay later. 이하 BNPL’시장의 파이가 점차 커지고 있다.
BNPL이란 말 그대로 먼저 물건을 사고 나중에 결제한다는 뜻으로 얼핏 보면 일반 크레딧 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 크레딧 카드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크레딧 카드의 경우 고객의 신용도가 중요하고 그 신용도에 따라 결제 가능(크레딧 한도)금액에도 차이가 난다. 이 말은 곧 소비자의 크레딧 점수에 따라 선택 가능한 크레딧 카드와 이자율 그리고 월 최소 상환액 등이 천차만별 이라는 이야기다.
반면 BNPL은 고객의 신용도를 따지지 않는다. 고객이 제품 구매를 결정하면 BNPL 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구매대금 전액을 지불한다. 소비자는 추후 여러 번에 걸쳐 구매대금을 결제업체에 납부하면 된다. 업체별 이자율도 일반 크레딧 카드에 비해 3~4%포인트 이상 낮고 결제 기간도 최대 2년까지 설정이 가능해 상환 부담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BNPL은 지난 수년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월드페이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BNPL의 규모는 970억달러로 매년 두 자릿 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는 1000억달러를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쇼핑 수요가 폭증하면서 BNPL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였던 맥스 레브친의 어펌과 호주의 애프터페이 등을 들 수 있다. 어펌의 경우 이미 아마존, 애플 등과 업무 협약을 맺었고 페이팔과 스퀘어 등도 연이어 BNPL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월마트 역시 어펌과 손잡고 그간 유지하던 예약할부제(일부 금액을 내고 제품을 확보한 뒤 이를 나중에 수령하는 방식)를 폐지하고 BNPL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한인 상장은행의 크레딧 부서 관계자는 “BNPL은 소비 본능에 충실한 밀레니얼이나 Z 세대 등에게 특히 어필한다. 당장 돈은 없지만 사고 싶은 물건은 많은 소비자가 BNPL을 통해 결제를 시작하면 쉽게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된다. 업체 입장에서도 이들이 BNPL로 물건을 구입하면 할 수록 상품 전환율을 높일 수 있어 현금 회전이 빨라지고 수익도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이 사업모델은 부실대출의 위험성이 높은 편이어서 일반 은행들이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신생 핀테크 기업에게 더 적합하다. 내부적으로 유사한 사업 모델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한인은행으로서는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