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당시 그레이디 쿠파시 미 해병 예비역 대위의 모습 [USMC] |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뒤 20년간 군 복무 후 공식 퇴역했음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한국계 군인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애도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1년 넘게 실종됐던 미 해병 퇴역 군인 그레이디 쿠파시(50)의 유해가 19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출발한 터키항공 비행기를 통해 미국으로 돌아온 뒤 노스캐롤라이나 동부에 있는 그의 고향으로 향했다.
쿠파시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자원 참전했고 이후 우크라이나 외인부대에서 전쟁에 몸담았다.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동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총격의 원인을 조사하는 등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기는 같은해 4월이었다. 국제의용군 소속의 쿠파시 예비역 대위 팀은 당시 러시아군과 교전했다. 쿠파시 예비역 대위는 영국 국적의 앤드루 힐과 함께 총알이 날아오는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임시 관측소로 이동했으며 이후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국무부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현지시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그레이디 쿠파시의 시신이 차량이 실어진 가운데 중앙 및 항만청(Port Authority) 경찰관이 시신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AP] |
이런 가운데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는 전사한 쿠파시 예비역 대위와 그의 가족들을 위한 기부 독려 글이 올라왔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뒤 뉴욕 거주 중에 9·11 테러가 발생하자 해병대에 입대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그는 해병대 보병 돌격대원으로 있다 정찰 저격병이 됐다. 이라크에도 3차례 파병됐으며 2007년에는 퍼플하트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부인, 딸과 함께 한국에서 미군 부대 캠프 험프리 등에서도 3년간 근무했다. 총 군 복무 기간은 20년으로 2021년 9월 공식 은퇴하며 예비역 대위가 됐다.
기부 참여 글을 올린 윌리엄 리씨는 “쿠파시 대위는 늘 이타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고난과 어려움을 견뎌냈고, 모범적으로 해병대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20일 현재 고펀드미에는 쿠파시 예비역 대위를 기리는 900명이 넘은 기부자가 몰리며 목표 모금액 7만달러 중 6만5000달러 이상이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