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만 초유의 삭감…尹, 과학기술계에 ‘예산 투하’ 약속 [용산실록]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재임 중 R&D(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늘릴 것. 국민 세금으로 단행되는 R&D 투자가 국민경제를 살찌우는 방향으로 과감히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 (4일, 국민과 대통령이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

“임기 중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R&D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 (5일,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

윤석열 대통령이 이틀 연속 ‘R&D 예산 투하’를 예고하고 나섰다. 33년만의 R&D 예산 삭감을 맞은 첫 해, 첫 주에 나온 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R&D 예산은 지난해 윤 대통령이 ‘카르텔 이권’의 핵심으로 지목된 뒤 논란의 한복판에 섰었다. 과학기술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예산 확대를 직접 약속하며 과학기술계를 직접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과 5일의 발언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임기 중’이라는 말로 R&D 예산의 원복 및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꼭 내년 예산을 얼마 늘리겠다는 것보다는 2~3월 중기 예산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예산을 짤 때 이를 고려해 반영될 것”이라며 “결국엔 얼마나 예산을 늘리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고민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

올해 R&D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직전년 본예산(31조1000억원)보다 약 4조6000억원이 삭감됐다. 국회 논의를 거쳐 기존 정부안보다 6000억원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큰 폭의 삭감이다. R&D예산이 줄어든 건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윤 대통령의 이권카르텔 발언이 나온 뒤, 나눠먹기 및 갈라먹기식 R&D 예산을 손질하겠다며 대규모 예산 구조조정안을 냈었다. 이에 청년 연구자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질적개선'을 언급하며 예산 구조조정에 대해 해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산을 이미 깎은 상황에서 과학기술계를 달래기 위해서는 보다 견고하고, 강한 어조의 예산확충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모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예산 문제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도 고민 중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R&D 예산이 준 건 맞지만, 혁신성이 떨어져서 일반 예산으로 돌아간 '비R&D예산'이 2조1000억원 정도 된다”며 “전체 삭감된 4조원이 넘는 예산 중 비R&D예산을 제외해 계산을 해보면 산술적으로 줄어든 수치는 알려진 것보다 작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R&D 예산에 대해서도 비R&D예산과 구분해 혼돈이 없도록 하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와 비교하면서 R&D 예산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5일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 자리를 떠나면서도 “우리나라는 GDP의 5%를 R&D에 쏟아붓고 있지만 GDP의 2%를 지출하는 네덜란드로부터 반도체 노광장비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수한 기관에 연구비를 집중 지원해 세계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R&D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 관계자들에게 “우수한 연구팀에 정부 예산이 적극 지원될 수 있게 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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