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정부가 주식 소득 5000만원 이상을 대상으로 추진되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폐지 방침을 결정한 가운데, 증권거래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금투세의 내년 시행을 준비하던 때에는 거래세는 단계 인하하는 수순이었지만, 금투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거래세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기 때문이다.
금투세 폐지로 세수 감소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는 거래세 인하를 철회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이럴 경우 ‘하석상대(下石上臺·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인하를 진행하자니 세수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심지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거래세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거래세에 대한 정부 입장은 4월 총선 이후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개장 신호 버튼을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금투세 폐지 방침에 대해 "부자감세가 아닌 1400만명 투자자 감세"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금투세 폐지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답변했다.
세수 부족 우려에 대해선 "세수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세제지원들과 관련해 당장 올해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인사말에서도 "금융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고 경제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금투세 폐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금투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인가'라는 민주당 김태년 의원의 질의에는 "수요 제약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투세와 패키지로 묶여있는 거래세에 대해선 "금투세 폐지 입법논의 때 같이 논의하겠다"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앞서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2025년으로 유예하면서 주식 매매에 부과하는 거래세를 올해 0.18%, 내년 0.15%로 단계적으로 낮추도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개최된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축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이 금투세 시행 유예가 아닌 폐지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를 상대로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일자 국회는 지난해 금투세 시행을 기존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간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금투세 폐지로 연간 1조원이 넘는 국세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금투세가 2025년부터 시행되면 2027년까지 3년간 세수가 4조328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세수는 1조3443억원이다.
이는 예정처가 '2022년 세법개정안'에 따른 세수 효과를 분석한 결과다. 예정처는 금투세 시행에 따른 세수와 2022년 10월 당시 제도가 유지됐을 때의 세수 차이를 비교했다. 정부가 예고한 대로 금투세가 폐지되면 4조원가량의 세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당시 정부도 같은 기간 4조원 가량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금투세 과세 대상이 소수에 그쳐 주식시장 활성화에 직접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당시 과세 대상을 약 15만명으로 예상했다. 2019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중복 제외) 약 600만명의 2.5%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