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비공개’했는데…NYT, ‘이재명 습격범’ 신상공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모씨가 지난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나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김씨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의자 실명과 직업 등 신상을 공개했다. 한국 경찰은 비공개 결정을 내린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정작 외신에서는 버젓이 공개된 셈이다.

NYT는 3일(현지시간) '야당 지도자에 대한 칼부림 공격이 양극화된 한국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제목으로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분석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 NYT는 "경찰은 김○○이라는 66세 공인중개사가 이 대표를 살해하려는 의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며 이 대표를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씨의 실명을 공개했다.

[뉴욕타임스]

또 NYT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부터 아산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했던 전직 공무원"이라며 "마약 투약 이력, 정신병력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의 실명, 직업뿐 아니라 피습 당시 영상에 담긴 뒷모습 등을 모자이크 없이 게재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은 9일 오후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씨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를 논의한 끝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심의위는 신상 공개 요건인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 ▶범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충분한 경우 ▶피의자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국민 알권리 보장 등 4가지를 고려했지만, 이 중 해당 요건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퇴원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택에서 당분간 치료를 이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경찰이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김씨의 실명 등을 외신이 보도하자 누리꾼들은 "어느 나라의 정치인이 테러를 당하더라도 범인이 잡히면 공개하지 않느냐", "이런 정보를 외신을 통해 알아야 하느냐"는 등 경찰의 비공개 결정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야당 지지자들은 "경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이런 중요 정보를 왜 남의 나라 신문을 통해 알아야 하냐"며 격분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김씨를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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