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대체’ 개인투자용 국채 열리는데…입찰에 떨떠름한 은행권[머니뭐니]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에 5%를 돌파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2370선을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개인투자 전용 국채 발행을 앞두고 일부 은행의 자산관리 사업부가 경쟁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예적금 이자율이 3%대로 가라앉은 가운데 개인용 국채가 인기를 얻을 거란 시각도 있지만, 고객들의 수요가 뚜렷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수익성에도 큰 도움이 안 돼 은행권은 발행·판매에 미지근한 분위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고채 전문딜러(PD)로 지정된 은행 7개사(국민·기업·농협·산업·SC제일·크레디아그리콜은행)는 올 상반기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판매를 대행할 금융사 자리를 두고 입찰 경쟁을 할 예정이다. 이번 경쟁 입찰에는 11개의 증권사도 뛰어들 예정인데, 업계에선 운용·판매 노하우가 쌓인 증권사가 은행권 대비 전문성이 높다고 보기도 한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10년, 20년 만기 상품으로 구분되는 장기 저축성 상품이다. 시중 금리 수준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일반 국채와 달리 원금이 보장된다. 만기 보유시 복리이자, 가산금리, 분리과세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매입액 2억원까지는 이자소득이 14%로 분리과세되므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중도환매해도 원금이 보장되고 표면금리의 단리 이자가 적용된다.

이에 은행의 장기 저축성 상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것으로 풀이된다.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의 경우 만기가 1~3년으로 짧은데, 국채는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높고, 중도환매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표면금리 3.5%인 개인투자용 국채 10년물을 100만원 매입할 경우, 1년 보유 후 중도 환매 시 이자 3만5000원을 받게되고 2년 보유 후 중도 환매 시 이자 7만원이 된다. 2년 만기에 이자율이 7%인 셈이니 웬만한 예금보다 더 보유가치가 높은 셈이다.

김 연구원은 “개인투자용 국채는 상품의 성격이 유사한 은행 예금이나 적금의 수요 일부를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예적금 수요층은 금리의 절대적인 수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내년 상반기 개인투자용 국채가 현 기준금리(3.5%) 수준에서 발행된다면 10~20년간 높은 수준의 금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예적금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은행에선 국채를 발행·판매사가 된다 해도, 자칫 비용만 많이 들고 큰 돈을 벌지 못할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10년 이상의 장기 저축성 상품에 대한 필요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은행이 이 작업을 한다고 해도 수익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지원) 자격요건은 공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찰 공고를 대기중”이라며 “입찰이 된다면 좋겠지만 소비자에게도 큰 메리트가 없을 뿐 아니라 수익성에도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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